600년에 물러난 120년… 동대문교회, 서울성곽 복원사업 위해 경기 광교로 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소송 진통겪고 결국 보상 합의… 성곽공원 연내 완공 가능할 듯

1892년 설립된 서울 동대문교회(오른쪽 첨탑)가 서울시 성곽복원사업에 터전을 내주고 경기 광교로 옮긴다. 동대문교회는 서울 종로6가 흥인지문 인근 성곽 터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동안 이전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교회 측이 협의해 왔다. 서울시 제공
1892년 설립된 서울 동대문교회(오른쪽 첨탑)가 서울시 성곽복원사업에 터전을 내주고 경기 광교로 옮긴다. 동대문교회는 서울 종로6가 흥인지문 인근 성곽 터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동안 이전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교회 측이 협의해 왔다. 서울시 제공
120년 역사의 동대문교회가 서울을 떠나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로 옮겨간다. 서울성곽 복원사업의 하나로 동대문성곽공원이 조성되면서 서울 종로6동 65번지에 있는 교회 용지가 수용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5일 “서울시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최근 동대문교회 용지에 대한 수용을 결정함에 따라 8일부터 소유권이 서울시로 이전된다”고 밝혔다.

동대문교회는 정동교회와 상동교회에 이어 1892년 한국에서 세 번째로 설립된 감리교단 교회다. 이화여대 설립자인 메리 스크랜턴의 아들로 의사 겸 선교사였던 윌리엄 스크랜턴이 초대 담임목사를 지냈다. 3·1운동을 이끌었던 손정도 목사, 독립선언 33인 가운데 한 명이었던 정춘수 목사도 담임목사를 지냈다. 현재 건물은 1973년에 지어졌다.

문제는 동대문교회는 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는 것. 서울시는 그동안 동대문성곽공원 조성을 위해 흥인지문 인근 성곽 터에 자리 잡은 동대문교회가 이전해줄 것을 협의해 왔다. 그러나 기독교대한감리회유지재단과 일부 교인이 “120년 된 교회 역사 훼손”이라고 반발하면서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2009년 법원이 “서울성곽은 축조된 지 600년 이상 된 것으로 범국가적이고 큰 역사적 가치가 있다”며 교회 보존보다는 성곽 복원 쪽에 손을 들어주면서 보상 협상이 진행돼 왔다.

동대문성곽공원은 동대문역 인근에 들어선 1만1519.7m²(약 3491평) 크기로 낙산공원에서 흥인지문까지 2.1km에 달하는 서울성곽 탐방로 사이에 있다. 2009년부터 산책로와 쉼터 등 공원을 만들고 있고 동대문교회가 이전을 확정한 만큼 올해 12월에는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동대문교회는 서울시로부터 받는 토지보상금 200억 원을 토대로 경기 광교신도시에 예배당을 신축할 계획이다. 토지 수용일이 지나더라도 토지를 비우기까지 통상 2개월가량의 유예기간을 둔다.

이에 앞서 이대동대문병원도 2008년 문을 닫았고 그 터는 동대문성곽공원 입구가 됐다. 이대동대문병원은 목동병원과 통합됐고 최근 서울 마곡지구를 분양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종로구 혜화동 시장 공관을 임기 후에는 성곽 복원을 위해 이전시키겠다는 뜻을 지난달 31일 밝혔다.

동대문교회와 이대병원이 옮겨지고 시장 공관까지 이전하면 세계 유일의 성곽도시를 조성한 뒤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복원 구간은 인왕산 남산회현 동대문성곽공원 등 3곳뿐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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