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얼음구멍 빠진 초등생 맨손구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전남 장흥서 女兒 2명 빠져… 소방장이 장비없이 뛰어들어

‘하늘이 아이들을 살렸다.’

3일 오후 1시 20분경 전남 장흥군 관산읍 관산119안전센터에 50대 주민이 들이닥쳤다. 어린애 2명이 인근 호수공원 얼음 위에서 놀다 얼음이 깨져 함께 물에 빠졌다는 것이다.

박홍섭 관산119안전센터 소방장(39)이 300m 정도를 뛰어가 보니 A 양(10)과 B 양(8)이 호수 가운데 지점에 빠져 얼음 위로 얼굴과 어깨만을 내밀고 있었다. A 양은 왼쪽 겨드랑이가, B 양은 오른쪽 겨드랑이가 30cm 크기 얼음구멍에 각각 끼어 있었다. 두 어린이는 차가운 물속에서 얼음 위에 남은 손으로 서로를 잡고 있었다. 몸이 더 빠지거나 시간이 더 걸렸다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기온은 0도, 사고 지점 수심은 2m, 얼음 두께는 2∼3cm로 얇았다.

박 소방장을 뒤따라온 문명규 소방사(32)가 가져온 로프는 아이들이 저체온증으로 의식을 잃어가는 상황이어서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얼음을 깰 장비도 없었다. 박 소방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손으로 얼음을 깨며 사고지점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5분 만에 극적으로 아이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아이들은 건강에 큰 문제가 없어 4일 퇴원했다. 박 소방장은 5일 “얼음 구멍이 조금만 크게 났어도 참변이 벌어질 뻔했다”며 “손으로 얼음을 깨다 피멍이 들고 찢어졌지만 아이들의 목숨을 살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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