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서울학생인권조례 고교생 생각은? “하아, 어렵다…”

최근 교육현장에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달 26일 서울시교육청은 ‘성적지향과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 ‘체벌 등 모든 물리적·어(語)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을 포함한 51개 조항으로 이뤄진 서울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다. 교육현장에는 찬반 입장이 극명히 갈린 상황.

그렇다면 서울학생인권조례 도입으로 인한 변화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고교 2학년 4명이 모였다. 곧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학교생활의 변화를 맞을 서울지역 남모 양(18)과 안모 군(18), 그리고 지난해 학생인권조례가 도입된 바 있는 경기지역 고교생 박모 양(18)과 황모 양(18)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눴다.

남 양: 요즘 서울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교가 시끌시끌하네. 나는 찬성하는 입장이야. 교육현장에 체벌과 차별 등이 사라지면 학생과 선생님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교육이 실현될 거야.

황 양: 서울학생인권조례의 기본적인 도입 취지에는 공감해. 하지만 ‘과연 학생들이 이를 제대로 받아드릴 준비가 돼 있을까’라는 점은 의문이야.

안 군: 맞아. 주위 친구들을 둘러보면 서울학생인권조례 내용을 정확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이제는 염색하고 파마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만 하더라고. 일부는 “어떤 잘못을 해도 선생님에게 맞지 않는다”며 좋아하더라니까.

남 양: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 많은 학생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이는 선생님과 학생이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박 양: 우리 학교에서도 경기학생인권조례가 도입된 후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 선생님과 학생 대표가 의견을 모아 학칙을 개정했고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지. 지금 학생들은 이전보다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들이 만든 규칙을 지키고 있어.

황 양: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문제는 일부 학생들이지.

박 양: 맞아. 사실 선생님이 조금만 꾸중해도 학생인권조례를 들먹이며 심하게 반항하거나 아예 무시해버리는 학생이 적지 않아. 인근 학교에서는 심하게 염색을 하거나 파마를 하고 다니는 학생들 탓에 학교 분위기가 나빠졌다는 이야기도 들었어.

황 양: 두발과 복장을 자유롭게 한다고 성적이 반드시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지.

안 군: 게다가 이번 서울학생인권조례의 경우 학생들이 크게 오해할 소지가 큰, 다소 위험한 조항이 포함돼 있어 걱정이야. 예를 들어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 말이야. 행여나 일부 학생이 ‘임신해도 괜찮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도 있잖아.

남 양: 그건 지나친 우려가 아닐까? 이는 단순히 ‘그 어떤 이유로도 학생들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걸 의미할 뿐이야. 앞에서 언급한 조항을 그런 식으로 오해할 만큼 학생들의 의식이 미성숙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황 양: 그 부분에 대해선 나도 동의해.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굳이 조항에 포함시킬 건 없다고 생각해.

남 양: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학교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까, 혹은 나쁜 방향으로 변화시킬까?

안 군: 음…. 아직은 잘 모르겠어. 하아, 어렵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