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2% 성적에… 재임용심사 못믿겠다는 서기호 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현저히 불량한 성적 아니다… 추가 사유 대라” 인사위 하루 앞두고 법원 내부망에 글 올려

최근 재임용 여부를 놓고 대법원에서 소명 요구를 받은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41·사법시험 39회·사진)가 재임용 법관인사위원회 출석을 하루 앞둔 6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서 판사는 이날 오후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연임 적격 여부 심사를 위한 법관인사위원회 출석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내)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한 상태가 아니다”며 “(법원)행정처가 제시한 근무평정결과 외에 구체적인 추가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판사는 7일 대법원 법관인사위원회에 출석해 ‘연임 적격 여부’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예정이다.

서 판사가 올린 글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27일 전화와 e메일로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해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해 연임 적격 여부가 문제되는 판사이므로 이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서 판사에게 통보했다. 법원행정처는 ‘가카의 빅엿’ 글은 이번 심사와 상관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자 서 판사는 비공개 원칙인 근무평정자료를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이 자료에는 서 판사가 2002년부터 10년간 하 5회, 중 2회, B 1회, C 2회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또 2012년 상반기 연임심사 대상자 가운데 하위 2% 미만에 속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서 판사는 “B, C 평가는 상중하 평가 중 ‘중’에 해당하므로 (나는 10년 중) ‘중’ 평가를 5회나 받은 셈”이라며 “(이런 내가) 전체 평가 대상 100여 명 중 하위 2%에 속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 관계자에 따르면 2005년부터 적용된 상중하 3단계 평가 방식에서 상중하는 각각 20%, 70%, 10% 정도였다. 또 2004년까지 적용된 평가방식인 A, B, C, D, E 5단계 평가에서 E와 D는 극소수였고, C는 50%, 나머지는 A, B였다. 따라서 C 역시 하위에 속했다. 이를 감안하면 10년 중 5회나 ‘하’를 받은 서 판사는 상당히 낮은 성적에 해당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서 판사는 자신에 대한 재임용 심사에 청와대나 특정 언론 등 외부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심사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법관의 신분 보장을 명시한 헌법 제106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 등을 제기할 뜻이 있음도 내비쳤다.

서 판사는 이어 “근무평정은 객관적 통계자료만을 토대로 하는 게 아니라 성실성, 균형감, 책임감 등 주관적 관점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법원장이 단독으로 평가한다”며 “평가의 공정성을 검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10년에 한 번 근무성적에 대해 통보를 받게 돼 “1년 단위로 혹은 최소한 2, 3년 단위로라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명할 기회도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대법원 법관인사위원회는 매년 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임관한 지 10년이 된 판사들의 재임용 여부를 심사한다. 서 판사를 비롯해 사법연수원 29기 출신 등 100여 명이 재임용 심사 대상이다. 서 판사는 연임 적격심사 대상자로 분류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 트위터 등을 통해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이 확정된 게 아니라 재임용 적격 여부의 심사를 통보받은 것”이라며 대법원을 향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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