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부터 8개월간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백혈병 항암치료를 받은 박진석 씨(40)는 총 진료비로 3200만 원을 청구받았다. 200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확인 신청을 했고 “1990만 원을 성모병원으로부터 환급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박 씨에 따르면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면 환자가 급여혜택을 받아 5%만 내면 되는 항목들을 ‘임의비급여’ 형태로 환자에게 부담시켰다. 박 씨는 “알코올과 솜 값이 ‘소독행위’에 들어 있는데도 추가로 솜 값을 받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가 나지 않은 ‘카디옥산주’란 약도 내 동의 없이 썼다”고 말했다.
임의비급여 진료는 급여와 비급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진료를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다. 그러나 기존 치료가 효과 없는 환자에게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 진료지만 법정 범위를 넘어설 경우 병원이 진료비를 삭감당할까 봐 ‘임의로’ 비급여 처리를 하기도 한다.
환자들의 민원이 속출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가 다른 병원의 진료비와 비교 분석했더니 여의도성모병원의 치료비가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병원 과실로 판단하고 80억 원을 환자들에게 돌려줄 것을 지시했다. 추가로 28억3000만 원을 환수하고 과징금 141억 원도 부과했다. 병원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이달 16일 복지부의 최종변론이 열린다. 환우회가 다시 “1, 2심에 문제가 많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병원도 ‘정당했다’는 당초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우회는 “병원이 환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병원들은 의료행위가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대형병원 혈액종양내과 A 교수는 “여의도성모병원 사건 이후 병원들이 신의료기술을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이 급박한 상태에서 “어떤 조치든 취해 달라”며 동의했다가 퇴원 후 “병원이 임의비급여를 청구했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하면 꼼짝없이 당한다는 것이다.
임의비급여 문제는 다른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복지부는 2cm 이하의 위암에 대한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을 건강보험에 편입했다. 2cm를 넘으면 급여가 안 된다. 내과전문의 B 씨는 “임의비급여 소송을 당하지 않으려면 2.1cm도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의비급여는 진화 중인 비급여 진료의 대표사례다. 보건당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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