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버스를 타면 고속도로를 시속 100km로 달려도 조용하다. 그런데 시내버스에서는 왜 이런 정숙함을 느낄 수 없는 걸까.
서울시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9일까지 압축천연가스(CNG) 일반버스 4대, 저상버스 4대의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버스 안 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박경환 서울시 버스정책팀장은 7일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한 만큼 서비스도 향상시키자는 취지에서 ‘조용한 버스’ 만들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기자가 6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버스공영차고지에서 서울역사박물관까지 273번 버스를 타고 직접 소음을 측정해 봤다. ○ 버스 소음 측정해 보니
오후 4시 반. 버스 종점에서 마이크가 달린 소음측정기를 들고 버스에 탔다. 버스가 정류장을 출발할 때 소음측정기에 달린 마이크를 들고 10∼20초 동안 버튼을 누른다. 10초 동안 소음의 평균을 내는 것이다.
차가 출발할 때는 65dB(데시벨),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70dB까지 올라갔다. 길이 잘 닦인 간선도로에서는 조금 덜 시끄러웠고 이면도로에서는 수치가 더 올라갔다. 일상생활에서 대화를 나누는 정도가 60dB이고 전화벨이 울리는 시끄러운 사무실이 70dB이다. 가장 심한 소음은 뒷문이 열리고 닫힐 때 나는 ‘삐익’ 하는 소리였다. 보통 77∼79dB까지 올라갔다. 동행한 최영희 서울시 버스관리과 주무관은 “예상 밖의 소음이다. 문이 열릴 때 나는 소음을 줄이는 방안을 차량 제작사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류소 안내방송과 광고방송 소리도 컸다. 최고 73dB까지 올라갔다. ○ 시민이 생각하는 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버스 외부 소음은 기준이 있다. 배기 소음은 105dB, 경적 소음은 112dB이다. 그러나 버스 내부 소음은 기준이 없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에 차량 내부 소음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광고방송은 70dB, 문 여닫는 소리는 65dB이라는 식이다.
버스 배기량은 1만1149cc. 이와 배기량이 비슷한 우등버스나 리무진이 조용한 이유는 엔진 사이에 소음을 흡수하는 패드를 넣는 방식으로 저감장치를 설치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버스 제조 단계부터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버스 제조사와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수연 씨(30·서울 성북구)는 “광고방송이나 경적 소리가 시끄러웠는데 버스가 한층 쾌적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김정배 씨(68·서울 중랑구)는 “버스 소음은 주로 안내방송 볼륨이 크기 때문인데 노인들은 잘 안 들린다. 차라리 대화나 통화를 삼가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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