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서울 강남구 수서동을 잇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분당∼수서 도로)의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려는 계획이 백지화됐다. 처음 지하화가 거론된 지 7년 만이다. 사업 무산의 이유는 3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과 공사 때 우려되는 교통대란 때문이다. 분당∼수서 도로는 성남 용인 수원 등 경기 남부지역 주민들이 서울을 오갈 때 이용하는 주요 도로로 하루 통행량이 16만 대에 이른다.
○ 지하화 대신 방음터널로
성남시 관계자는 “분당구 서현동 매송지하차도에서 야탑동 벌말지하차도까지 약 1.88km 구간을 지하화하는 사업은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그 대신 방음터널 설치를 대안으로 검토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이 구간의 지하화가 처음 거론된 것은 2005년. 해당 구간에 인접한 아파트 주민들은 “판교신도시 조성으로 공사 차량들이 다닐 경우 소음과 분진 피해가 예상된다”며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어 성남시는 2007년 타당성 조사용역을 실시해 지하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당시 성남시가 마련한 방안은 판교신도시 조성과 지하화 공사를 진행하는 것. 입주 전 판교신도시 내 도로를 우회도로로 활용하고 판교 개발로 얻는 이익금을 사업비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성남시 등 관련 기관들의 개발이익금 산정 협의는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 사이 분당∼수서 도로 지하화에 필요한 사업비는 2060억 원에서 3135억 원으로 1000억 원 이상 올랐다. 게다가 2008년 판교신도시 입주가 시작돼 우회도로 확보도 어렵게 됐다. 무리하게 지하화 공사를 진행할 경우 주변 지역에 심각한 교통대란이 불가피하다.
결국 성남시는 지하화 대신에 방음터널 설치를 선택했다. 방음터널 공사비는 약 1700억 원. 지하화에 비해 공사비 부담과 교통대란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 지난해 10월 이 지역의 아파트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주간 70.2dB(데시벨), 야간 69.4dB로 나왔다. 이는 환경정책기본법의 도로변 소음기준치(주간 65dB, 야간 55dB)를 넘어선 것으로 어떤 방식이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이원대 성남시 도로시설팀장은 “지하화하면 사업비도 많이 들지만 무엇보다 교통문제가 우려된다”며 “차량 정체가 용인시 경계부터 서울시 경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지하화는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 ‘공약(空約)’ 논란
성남시 결정에 대해 일부 주민은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상당수 주민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분당∼수서 도로 지하화 사업이 선거 때마다 발표된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해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거의 모든 후보자가 지하화를 약속했다.
현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결국 당선된 지 2년도 안 돼 주요 공약을 철회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 시장은 지난달 30일 분당구 이매동 주민들에게 “임기 말까지 사업을 장기적으로 검토하며 갈등만 조장하는 것보다 차라리 (공약을 지키지 않아) 욕을 먹는 것이 낫다”며 사업 백지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이매동 등 도로와 인접한 주민들은 “주민을 우롱하고 있다”면서 “도시 미관 등을 고려해 지하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있을 총선에서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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