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퇴근한 편의점은 밤이 깊어지자 손님도 뜸해졌다. 3일 오후 11시 반. 이날 오후 10시 반부터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 편의점에서 계산원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김모 씨(39)는 조용히 금고를 열었다. 금고에 있던 현금 62만1500원을 꺼낸 그는 136만 원어치의 문화상품권도 챙겼다. 더 가져갈 것이 없자 교통카드를 꺼내서는 80만 원을 충전했다.
뒤처리도 빼놓을 수 없었다. 흔적을 남기면 안 됐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제출한 자신의 이력서와 주민등록등본, 인적사항이 적힌 업소 장부도 폐기한 그는 아르바이트 시작 1시간 만에 훔친 현금 등을 들고 홀연히 가게를 떠났다. 김 씨는 훔친 돈을 생활비와 유흥비로 썼다. 교통카드는 다른 편의점에 가 환전을 한 뒤 오락실에서 게임비로 썼다.
편의점에 위장 취업해 돈을 훔친 혐의(절도)로 2008년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8월 만기 출소한 김 씨는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 지난해 10월 손가락이 골절되면서 한 달 고시원비 22만 원도 내기 벅찼다. 그러자 ‘왕년의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김 씨는 폐쇄회로(CC)TV 화면과 현장에 남은 지문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해 10월부터 편의점 4곳에 위장 취업한 뒤 1594만 원 상당을 훔친 김 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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