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위험지역 기업인 보호… 중무장 ‘람보’ 경호원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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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특전사와 UDT 출신으로 기업체 주요 인사의 경호를 전담하는 민간군사기업(PMC) 요원들이 방탄복과 소총으로 무장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작은 사진은 이라크 현지에서 자동차 납치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는 요원들. 인텔엣지 제공
특전사와 UDT 출신으로 기업체 주요 인사의 경호를 전담하는 민간군사기업(PMC) 요원들이 방탄복과 소총으로 무장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작은 사진은 이라크 현지에서 자동차 납치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는 요원들. 인텔엣지 제공
둥근 달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사막 위를 차량 한 대가 질주하고 있고, 그 뒤를 5대의 군용 지프가 쫓고 있다. 이따금씩 총성도 울렸다. 앞선 차량은 밴을 개조해 만든 요인 보호용 방탄차량이었다. 이 차에는 테러범들에게 납치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모 건설사 임원이 타고 있었다. 밴을 쫓는 지프에는 AK-47 소총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이 타고 있었다. 이들의 추격전은 이틀에 걸쳐 쉼 없이 진행됐고, 밴이 인접 국가로 국경을 넘으면서 막을 내렸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국내의 한 경호업체가 겪은 실제 이야기다. 현재 국내에는 해외 위험지역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경호해주는 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이 10여 곳에 이른다. 인텔엣지, 블렛케이 등이 국내 대표적 PMC로 꼽힌다.

이라크나 리비아 등 치안이 불안하지만 대규모 건설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으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PMC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위험국가는 아예 PMC를 동반하는 조건으로 입국 비자를 내주고 있어 이런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과거 국내 건설업체들은 주로 현지 경호업체를 이용했다. 하지만 언어문제로 경호에 어려움이 따르자 자연스럽게 국내 PMC를 찾게 됐다. PMC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대치 상황에서는 경호 대상이 흥분할 수 있기 때문에 자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국내 PMC의 경호직원들은 모두 해군특수부대(UDT)와 특전사, 북파특수요원부대(HID)에서 부사관급 이상의 간부로 군 생활을 경험했다. 일반 병 출신은 실전 경험이 부족해 아예 뽑지 않는다. 국내 PMC에 소속된 해외요원도 미 해군특수부대(SEAL)나 육군특수부대인 그린베레 출신이다. 연봉은 8000만∼1억 원이다.

이들은 무장경호와 공사현장 방호, 무장차량 호송 등을 주로 담당한다. 요원마다 저격, 통신, 장비 등 주특기 분야가 있다. 경호 외 숙소와 음식을 책임지는 PMC도 있다. 경호직원들이 다루는 장비는 전시를 방불케 한다. 수류탄 폭발을 견디는 방탄차량은 도요타 랜드크루저를 개조해 사용한다. 대당 가격이 1억8000만 원에 달한다. 경호원들은 소총 AK-47과 저격용 총 MSG-90, 미군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총 M-4, 권총 글록-17 등으로 중무장한다. 방탄차량과 총기는 모두 현지에서 조달해 사용한다. 구입 방법과 루트는 특급 ‘보안사항’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외 경호업체 시장은 연 3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한 경호업체 관계자는 “건설공사 수주금액의 5∼10%가 해외 경호비용으로 책정된다”고 귀띔했다. 5인 경호원 기준 하루 경호비용은 800만 원 수준이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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