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장애 아들 덕에 학사모 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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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다시 돌아온 졸업 시즌… 그들은 누구보다 빛나는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충청대 복지학부 김주봉 씨 “공부 계속해 시설 열고싶어”

“장애를 가진 아들 덕분에 늦은 공부를 하게 됐고, 모든 일에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9일 오전 열린 충북 청원군의 충청대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쓴 김주봉 씨(58·여·사진). 그녀는 2008년 이 대학 사회복지학부(사회복지상담학과)에 입학해 자식뻘 되는 어린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평점 4.3점(4.5점 만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식장에 당당히 섰다.

1975년 배재대에서 유아교육 전문 학사를 받은 뒤 평범한 가정주부 생활을 하던 김 씨가 23년 만에 다시 대학문을 두드리게 된 것은 큰아들(30) 때문이었다. 또래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게 없이 잘 자라던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기대와 달리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업도 따라가지 못했다.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지적장애(2급) 진단을 받았다.

이후 전업 주부였던 그녀의 삶은 바뀌기 시작했다.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다니다 비슷한 처지의 장애우 가족들을 만나면서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동 주민센터 봉사대에 가입하고, 지역 복지관을 찾아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힘을 쏟았다. 김 씨는 “아들을 돌보면서 장애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고, 봉사활동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이들에 대한 복지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회복지를 체계적으로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고교 교사인 남편과 둘째아들 등 가족의 응원 속에 충청대(만학도 전형)에 입학해 공부에 몰두했다.

상담학은 물론 유아교육과 아동복지를 함께 배운 그녀의 꿈은 아들처럼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김 씨는 “여건이 된다면 장애인 보호 작업 시설을 운영하고 싶다”며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내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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