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라 오늘도 일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며칠째 한파까지 이어지자 일이 뚝 끊겼다. 홍모 씨(64)의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은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뿐이었다.
9일 밤 홍 씨는 술이라도 한잔 마시고 싶었다. 따로 안주를 시킬 돈이 없으니 집에서 라면으로 배를 채운 그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콜라텍으로 향했다. 홍 씨가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손님들 사이에 자리를 잡자 메뉴판을 든 종업원 방모 씨(44)가 다가왔다. 홍 씨는 3000원짜리 막걸리 두 병을 주문하기로 마음먹고 주문을 하려는데 방 씨가 “손님, 안주도 주문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당황한 홍 씨는 “제가 배가 불러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종업원은 “그래도 꼭 안주를 시켜야 합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자신이 돈이 없어 보여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한 홍 씨는 화가 치밀었다. 그는 “배부르다고! 내가 돈이 없어 보여!”라고 소리를 지르며 주먹으로 방 씨를 때렸다. 방 씨도 지지 않고 홍 씨를 때렸다. 주방에 있던 콜라텍 사장 이모 씨(51) 역시 홍 씨가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려는 것이라 착각해 싸움에 끼어들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0일 서로를 때린 혐의(쌍방폭행)로 홍 씨와 콜라텍 주인 이 씨, 종업원 방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