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교사·학생만 열심, 대학은 외면… ‘애물단지’ 에듀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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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창의적체험활동시스템 ‘에듀팟’… 신뢰도 낮아 대학서 평가반영 미미

《3월 대학 입학을 앞둔 조모 씨(19·경기 의정부시)는 2012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면서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때부터 ‘에듀팟’을 이용해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비교과활동 기록시스템인 ‘에듀팟’에 자신의 동아리활동과 봉사활동 내용 등을 착실히 입력한 것.

고교에서 교사로부터 “앞으로 에듀팟에 기록한 내용이 대입에서 포트폴리오로 활용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었다.조 씨는 활동내용 20여 가지를 에듀팟에 입력했다. 활동 1가지를 기입하는 데 3시간가량씩을 할애하면서 에듀팟에 내용을 기록하는 데 총 100시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 조 씨는 지난해 총 13개 대학의 수시모집에 원서를 제출할 때 정작 공들인 에듀팟 자료를 활용하지 못했다. 조 씨가 지원하는 모든 대학의 전형이 에듀팟 자료를 포트폴리오로 받지 않았던 까닭이다. 조 씨는 “결국 대학별로 포트폴리오를 전부 새로 작성해야 했다”면서 “결국 에듀팟으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면서 공부할 시간만 날린 셈”이라고 말했다.》
○ 에듀팟, 2012학년도 대입 활용 거의 안 돼


지난해 교과부가 본격 도입한 에듀팟이 형평성과 신뢰도 문제로 대학입시에 거의 활용되지 못하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교과부가 본격 도입한 에듀팟이 형평성과 신뢰도 문제로 대학입시에 거의 활용되지 못하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교과부가 수십억 원을 들여 개발해 운영하는 창의적체험활동 시스템 ‘에듀팟’이 2012년 대학입시에서 거의 활용되지 못하면서 무용지물 취급을 받고 있다.

에듀팟은 학생이 한 동아리, 봉사, 진로, 자율 활동 등을 온라인에 기록해 관리하고 상급학교 진학 시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교과부가 지난해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많은 고교 교사와 학생이 에듀팟에 자료를 입력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며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 하지만 많은 대학이 2013학년도 입시에서도 에듀팟을 입시자료로 활용하지 않을 예정이라 에듀팟에 입력된 자료를 수험생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실제로 많은 대학이 2012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대학이 정한 형식의 포트폴리오와 증빙서류만 제출받았을 뿐 에듀팟 자료는 거의 받지 않았다.

경희대, 단국대 등 일부 대학이 에듀팟 내용을 뽑아 제출할 수 있도록 한 수시전형을 운영했지만 이 전형에서조차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가영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경희대 ‘창의적체험활동전형’에 지원한 900여 명 중 에듀팟 자료를 활용한 학생은 10%에 불과했고 합격생 26명 중에도 에듀팟 자료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학생은 한 명도 없다”면서 “대부분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별도로 만들어 제출했다”고 말했다.

○ “형평성·신뢰도 문제 2013학년도 반영 어려워”


2012학년도 입시에서 대학들이 에듀팟 자료를 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에듀팟을 활용하는 고교와 학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12학년도 입시를 치른 현 고3과 올해 고3이 될 학생들의 경우 에듀팟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전체 학교와 학생이 활용하지 않는 자료를 입시에 반영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견해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현 고1, 2부터 에듀팟을 의무적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강제로 입력하게 하는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학생부처럼 한 학생도 빠짐없이 작성하는 자료가 되지 않는 이상 평가 자료로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교사와 학생은 여전히 에듀팟 입력에 매달리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2학년 이모 양(18)은 “선생님이 대입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모든 활동은 한 번에 3시간 정도를 투자하며 에듀팟에 기록한다”고 말했다.

한편 적잖은 교사들은 “에듀팟이 생긴 뒤로 업무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한다. 에듀팟에 입력하는 많은 내용이 학생부와 겹쳐서 이중 작업이 되는 데다, 에듀팟을 승인하는 과정에도 손이 많이 간다는 것.

서울 강남의 한 고교는 최근 봄방학을 맞았지만 대부분의 담임교사가 출근해 학생들이 입력한 에듀팟 내용에 대한 수정 및 승인작업을 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대입 수시가 강화되면서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더 꼼꼼히 작성해야 하는데 학생부와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에듀팟 작업까지 하려면 힘이 많이 든다”면서 “에듀팟에 입력한 어색한 표현이나 문장까지 수정해주다 보면 승인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사립고 교사는 “다른 업무도 많기 때문에 에듀팟을 승인하며 일일이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하는 많은 대학은 자료의 신뢰성 문제 때문에라도 2013학년도 대입에 에듀팟을 평가 자료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에듀팟은 교사가 직접 작성하는 학생부와 비교해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생부만으로도 학생을 평가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면서 “에듀팟에 기록할 활동을 만들기 위해 비교과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사교육이 유발되거나 에듀팟 내용을 대필해주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도 대입자료로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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