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 장남 이맹희씨, 이건희 회장에 “차명주식 상속분 돌려달라”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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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삼성 “법적정리 끝나”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재산 상속분을 돌려 달라”며 7100억 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버지다.

이와 관련해 CJ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중재에 나섰고, 이 창업주의 장녀 이인희 씨가 고문을 맡고 있는 한솔그룹 측은 “이미 끝난 일”이라며 갈등의 확산을 경계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맹희 전 회장은 12일 전자소송 형태로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장을 통해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이는 부당이득 및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상 상속분인 189분의 48(약 25.4%)에 맞게 주식을 넘겨 달라”고 청구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생명 주식 824만여 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및 1억 원, 삼성에버랜드에는 삼성생명 주식 100주와 1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현재 시가로 따지면 총 7171억여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삼성전자 차명(借名)주식 등을 추가로 청구할 예정이어서 최종 청구액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수 있다.

만약 이맹희 전 회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이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824만 주를 내놓으면 이 회장의 지분은 16.63%(3327만9180주)로 낮아져 최대주주의 지위를 삼성에버랜드에 내주고 2대 주주로 떨어지게 된다. 반면 이맹희 전 회장은 지분 4.12%를 보유하게 돼 이마트(7.38%), 삼성문화재단(4.68%), 삼성생명공익재단(4.68%)에 이어 6대 주주가 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이병철 창업주가 생전에 임직원 명의로 관리하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 주식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이건희 회장 측으로부터 받은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 문서에 차명재산이 언급돼 있는 것을 보고 차명재산의 존재를 비로소 알게 됐다”며 “이 회장 측은 차명재산에 대해 상속인들이 협의해 이 회장 소유가 됐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상속은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상속이 이뤄진 지 10년이 넘었고, 차명주식의 존재를 알게 된 시점도 지난해가 아닌 2008년 4월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의 수사결과 발표 시점이라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시 차명주식의 존재가 알려졌기 때문에 상속재산을 요구할 수 있는 제척기한(3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상속회복 청구는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 침해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해야 한다.

이번 소송은 과거 삼성의 상속 과정에서 내재된 갈등에서 비롯됐다. 이 창업주는 후계자로 3남인 이 회장을 선택했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삼성생명 차명주식 등이 이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번 갈등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소송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일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J 측은 현재 중국에 머무는 이맹희 전 회장이 소송을 취하하도록 설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그룹도 민감한 시기에 이번 일이 재벌가 형제 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개인 간의 일”이라면서도 “상속과 관련한 법적인 문제는 모두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솔그룹의 고위 관계자 역시 “상속재산은 (이 창업주가 타계한) 1987년 모두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끝난 문제를 왜 다시 거론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한솔 측이 소송에 참여할 의사가 없으며, 이 회장 측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맹희 전 회장 측이 부담해야 하는 거액의 소송비용도 향후 소송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은 인지대만 25억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주식까지 소송이 확대되면 소송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인지대 중 1만 원만 납부해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대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소송이 각하된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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