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박동기 건국대 생명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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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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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원전사고 기사 읽고 ‘면역력 높이는 발아현미 상황쌀’ 개발

어릴 적에 신문은 보물 상자와 같았다. 글을 읽고 쓸 줄 알 때부터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사람, 기업, 발명 이야기가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인류 최초로 달을 탐사했던 닐 암스트롱의 사진도, 유전자 연구에 대한 새로운 논문도 신문에서 얻고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신문은 내 꿈과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과학자로 살고 있는 지금도 신문은 나의 연구 파트너이자 이슈메이커이다. 신문은 시대적 흐름과 현장의 문제점과 정보를 제기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연구자를 독촉한다. 연구는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독창성과 창의성에서 비롯되지만, 때로는 사회적 요구와 필요성에 의해 시작되기도 한다. 신문은 그런 요구를 제시하고 더 큰 주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신문 보는 일을 빼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정치면부터 경제, 문화면까지 꼼꼼히 챙기려고 한다. 생명공학 연구가 비단 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이나 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연구의 아이디어가 신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쌀 수급이 잘 조절되지 않아 재고가 누적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또 일본의 원전사고로 인해 백혈병을 비롯한 면역 관련 질환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여기서 하나의 연구주제가 떠올랐다. 쌀 소비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높여 기능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최근 개발한 발아현미 상황쌀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를 통해 쌀의 소비를 늘리고 수출 활로를 개척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신문을 통해 시작했고, 경제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미친 연구과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신문 읽기를 소홀히 하는 후배 과학도들에게 신문을 자주 보라고 권한다. 하나의 분야를 진지하게 공부하는 자세도 좋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주제를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문은 현실생활에서 대두되는 문제점을 이슈화함으로써, 연구자로 하여금 새로운 연구방향을 찾고 인류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제공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또 연구흐름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짚어보고 재점검할 수 있는 다양한 소스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앞으로도 내게 신문은 든든한 연구 동지이자 과학도로서의 나태함을 꾸짖어주는 조언자로 중요한 역할을 해주리라. 내일은 또 어떤 기사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연구에 대한 욕구를 불태워줄까. 벌써 내일 신문이 기대된다.

박동기 건국대 생명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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