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경 대구 K대를 찾은 백모 씨(63)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유물을 학술 자료로 써 달라”며 보물급을 포함한 유물 9415점을 맡겼다. 그로부터 10년 만인 2010년 2월 기증자 백 씨가 다시 찾아와 “유물들을 문중에 잠시 보여준 뒤 다시 가져오겠다”며 맡겼던 유물을 모두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백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업자인 백 씨가 대학에 맡겨놓았던 유물은 1974년부터 1997년까지 전국 사당과 고택을 돌며 문화재를 털어온 박모 씨(61)에게 사들인 장물. 백 씨는 문화재보호법상 손상 또는 은닉죄는 공소시효가 10년이라는 점을 노려 대학 박물관 수장고를 장물 보관소로 활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백 씨에게 장물을 넘긴 박 씨의 첫 범행이 1974년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최장 장물 보관 사건”이라고 말했다. 백 씨는 대학에서 되찾은 유물을 장물업자 황모 씨 등에게 20억 원에 팔아 넘겼다.
경찰 조사결과 백 씨가 맡겼던 유물 중에는 보물급 문화재인 ‘홍치6년(弘治六年) 분재기(分財記)’도 있었다. 이 분재기는 계유정난(癸酉靖難) 때 공을 세운 문원군 류사의 부인이 1493년에 쓴 것으로 조선전기 분재기 자료 중 연대가 가장 앞서는 보물급 유물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대학은 장물인 줄 몰랐던 것으로 보여 형사 처벌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백 씨에게서 사들인 문화재를 되팔려던 황 씨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으나 절도범 박 씨는 공소시효가 지나 입건하지 못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