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 생태계의 허파’ 곶자왈 살리기… 곶자왈 덕보는 골프장은 정작 외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곶자왈’은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흐른 뒤 바위 덩어리 등이 쌓여 있는 지역.

빗물이 지하로 흘러드는 지하수의 원천이며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어서 ‘제주 생태계의 허파’로 불린다. 곶자왈을 사들여 공공적으로 관리하는 공유화 사업이 결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정작 곶자왈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기부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곶자왈공유화재단(이사장 오경애)은 2007년 설립 이후 ‘곶자왈 한 평 사기 운동’을 추진해 지난해 말까지 기관과 단체, 개인 등으로부터 17억5400만 원을 모금했다고 16일 밝혔다. 하지만 곶자왈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골프장업체의 참여는 미미하다. 서귀포시 안덕면 테디벨리골프장만이 5300만 원을 기부했을 뿐이다. 곶자왈 지역에 건설된 골프장은 전체 29곳 가운데 5곳으로 테디밸리골프장을 제외한 4개 골프장에서는 기부금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곶자왈 지역에 만들어진 골프장은 천연 숲으로 둘러싸여 최적의 자연환경을 제공한다. 빗물이 쉽게 빠지는 곶자왈의 특성 덕분에 배수에도 도움을 받는다. 공사과정에서 나온 기암괴석은 골프장 조경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곶자왈로 여러 이득을 얻고 있지만 정작 곶자왈 공유화 운동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시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기업 매출액 가운데 일부를 공동모금회 등을 통해 꾸준히 기부하고 있지만 곶자왈공유화 운동에 동참할 생각은 못했다”며 “곶자왈을 활용한 사업을 벌이는 만큼 사내 회의를 거쳐 기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곶자왈공유화재단은 기부금 모금 이후 처음으로 1월 제주시 조천-함덕 곶자왈이 분포한 9만9000m²(약 3만 평)의 사유지를 매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공유화재단 관계자는 “올해 곶자왈을 이용하는 골프장 등의 업체를 대상으로 기부금 모금을 활성화하고 곶자왈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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