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서 초등생 자녀 둘을 키우는 주부 이모 씨(38)는 5학년인 큰딸이 2년 전 다녔던 학원에 3학년인 둘째 딸을 똑같이 보내고 있다. 어학원과 프랜차이즈 미술학원, 피아노와 성악을 가르치는 음악학원 등 세 곳에 들어가는 학원비는 한 달에 72만 원. 큰딸 때와 비교할 때 24만 원이나 더 냈다. 매달 150만∼160만 원을 사교육에 쓰는 이 씨는 “주위 애들에 비하면 적게 하는 편인데도 해마다 학원비가 오르는 기세를 보면 무섭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이 커진다는데, 정부는 사교육이 줄어들고 있다고 선언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통계청이 지난해 전국 학부모 4만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를 근거로 “사교육비 총규모와 사교육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17일 발표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2011년 사교육비 총규모는 20조1266억 원으로 2010년(20조8718억 원)에 비해 3.6%가 줄었다. 2년 연속 사교육비 총액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좀 다르다. 학생 수가 2010년보다 24만9000명(3.4%)이나 줄어든 영향이 큰 것이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로 따져보면 24만 원으로 2010년과 똑같다. 그러나 초중고교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초등학교는 24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6% 줄어든 반면에 중학교는 26만2000원으로 2.7% 늘었다. 초등학생의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은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래 처음이다. 논술을 제외한 전 교과의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다.
중학생의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은 영어, 수학 사교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영어는 2010년 9만1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4.4%), 수학은 9만 원에서 9만7000원으로(7.8%) 올랐다. 고등학생도 월평균 사교육비는 지난해와 같은 21만8000원이었지만 유독 영어 수학 사교육만은 각각 4.8%와 1.2%가 올랐다.
학부모가 체감하는 사교육비는 계속 느는데 정부 통계는 2년째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교육의 양극화’와 ‘사교육의 저연령화’를 원인으로 제시한다. 신고 되지 않은 고액 과외나 학원비를 신고할 때 누락하는 특강비나 교재비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양극화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발표에서 1인당 사교육비 액수 비교를 제외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한 달에 사교육비를 50만 원 이상 쓰는 학생이 지난해 12.1%에서 12.6%로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 김모 씨(28)는 “최근 들어 학원생이 줄어드는 경향은 있지만 학교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경기 악화로 학원비가 부담스러워 그만두는 경우가 80%를 넘는다”며 “수강생이 줄어도 학원이 과목별로 전문화돼 수강료가 비싸지는 흐름 때문에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유아 단계의 교육비가 정부의 사교육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사교육 업체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상 연령을 낮추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현실과 가까운 사교육비를 알기 위해 초등학교 취학 이전에 지출하는 사교육비도 집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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