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급 선수가 2억7000만원 받고 예상순위 알려줘
檢, 프로야구 브로커 계좌추적… 프로배구 2명 기소
프로축구와 프로배구에 이어 레저스포츠 경정에서도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처음 확인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김병구 부장)는 17일 브로커에게서 돈을 받고 예상순위를 알려준 혐의(경륜·경정법 위반)로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 스타급 경정선수 박모 씨(36)를 구속하고 박 씨에게 돈을 준 브로커 박모 씨(47)를 불구속 입건했다.
선수 박 씨는 경기 하남시 미사리 경정장에서 지난해 5월부터 17차례에 걸쳐 브로커 박 씨에게서 청탁과 함께 2억7000만 원을 받고 예상순위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낸 혐의다. 브로커 박 씨는 경기 전날 입상 순위를 전달받아 경주권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박 씨는 한때 상금랭킹 1위로 경정출입기자가 뽑은 우수선수에 선발되기도 했으며 지난해도 10여 회 우승을 차지한 에이스급이다. 박 씨는 지난달 중순 개인적 이유로 사직해 선수등록이 취소된 상태다.
경정은 철저한 선수 통제와 보안점검을 하고 출전 선수 결정도 경기 1시간 30분 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승부 조작이 쉽지 않다. 경정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하루 15경주씩 열린다. 선수들은 월요일에 입소하며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공항과 같은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경기는 선수 6명이 모터보트를 타고 600m 원을 세 바퀴 도는 방식이다. 현재 경정 선수는 157명으로 A1(28명), A2(28명), B1(41명), B2(47명) 등 4등급으로 분류되며 신인선수(13명) 경기가 별도로 있다. 경기는 4개 등급 선수가 무작위로 섞여 진행된다. 보통 선수당 하루 1회 출전한다. 베팅 방식도 단승식 연승식 복승식 쌍승식 삼복승식 등 복잡하고 1명이 최소 100원에서 최대 10만 원까지 걸 수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검찰은 선수 1명이 승부를 조작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박 씨와 함께 공모한 선수들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수선수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승부 공모에 가담할 경우 승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공모에 가담한 선수가 한 조가 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1, 2위 순위를 짜놓고 경주에 임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 적발된 것처럼 하루 전에 예상순위를 알려주는 방식이 가능한지는 의문이 남는다.
대구지검 강력부도 17일 프로야구 경기 조작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해 창원지검 프로축구 승부 조작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브로커 김모 씨(28)와 또 다른 김모 씨(25) 등 2명에 대한 계좌 추적과 특정 시기 경기 조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투수들과의 통화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전지훈련 중인 선수들이 복귀하는 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또 “2010년 브로커에게서 경기 조작 참여 제안을 받았다가 거절한 적이 있다”고 구단에 자진 신고한 넥센 문성현 선수(21)도 다음 주 초에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경기 조작을 제안한 브로커 신분을 확인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프로배구 승부 조작에 참여한 KEPCO45 전·현직 선수 김상기(32), 정평호 씨(33)를 구속기소했다. 또 지금까지 배구 승부 조작에 연루됐던 상무, KEPCO45 외에 대한항공 세터 김모 씨(30)와 전직 현대캐피털 소속 리베로 김모 선수(26) 등 2명이 추가로 연루된 것을 확인하고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대구지검 박은석 2차장은 “야구계 전체가 대상이 아니라 제기된 의혹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다”며 “국민적 관심과 의혹이 많은 만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경기 조작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대구=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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