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병원 맘대로’ MRI 비용 비교사이트에 모두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재정부 “서민생활 큰 부담” 비급여 진료비 인하 유도

비급여 진료비가 병원별로 천차만별이라고 고발한 본보 3일자 ‘의료복지, 비급여의 덫’ 시리즈 기사.
비급여 진료비가 병원별로 천차만별이라고 고발한 본보 3일자 ‘의료복지, 비급여의 덫’ 시리즈 기사.
정부는 건강보험에서 제외돼 병원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기로 했다. 그동안 의료비는 국민 건강과 밀접한 데다 의료계의 입김이 세서 ‘물가관리의 성역(聖域)’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비가 서민 생활에 커다란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자 재정당국이 ‘진료비 비교 공개’라는 특단의 대책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17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소비자원에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 입원비, 진단서 수수료 비교 조사를 맡기기로 하고 관련 부처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비교 사이트인 ‘T-price’에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 목록을 올려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부가 이처럼 병원비 가격 조사에 나선 것은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PET-CT) 등의 비급여 진료비가 병원별로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의 가격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입원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2인실이나 1인실의 경우 병원별로 최대 가격이 3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값싼 병실은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병실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

정부는 2010년 1월 비급여 진료비 고지제도를 도입해 홈페이지나 책자를 통해 비용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병원들이 어려운 의학용어를 쓰거나 공개양식 등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비율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1.3%, 병원급 의료기관은 56.3%에 불과했고, 나머지 의료기관은 책자 형태로 의료기관에 비치했다. 진료비 항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병원들도 있었지만 의학용어를 알지 못하면 가격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곳이 많았다. 결국 병원에 가서야 비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비 고지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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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의사들은 서비스의 질, 의료기기,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가격을 일률적으로 매기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급여 진료항목 가격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25만 가지의 의료행위 중 올 상반기 표준화작업 예정인 항목은 3개에 그친다.

재정부는 현재 고지제도에 따라 홈페이지 및 책자 형태로 공개된 자료를 가격비교 사이트에 보기 쉽게 올려놓기만 해도 병원별 가격 비교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각 병·의원의 가격정보가 공개되면 병·의원들이 압박을 느껴 가격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 혜택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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