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차해원 흥국생명 감독은 J 등 소속 선수 2명이 경기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진 16일 당황하며 말했다. 차 감독은 그 후 어렵게 입을 열었지만 앞뒤가 안 맞는 말만 늘어놓았다.
여자부에서는 유일하게 흥국생명 선수 2명이 15일 검찰 조사를 받으러 대구에 다녀왔다. 차 감독은 “그날 오후 연습 때 그 선수들이 보이지 않아 의아했지만 그전부터 소문이 돌았던 터라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갔다는) 감만 잡았다. 연습이 끝나고서야 그 둘이 대구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선수들이 없어졌는데 ‘감’만 잡고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런 감독이 선수와 ‘호흡’이 잘 맞을 리 없다. J 등 2명은 전날 검찰 조사를 받았음에도 16일 현대건설과의 경기를 위해 수원체육관에 왔다가 자신들이 경기조작에 연루됐다는 검찰 발표를 보고 황급히 경기 용인 숙소로 돌아갔다. 차 감독은 이날 “어제 두 선수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당연히 오늘 뛰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지만 주장 김사니는 “두 선수는 경기를 하러 왔었다”고 상반된 얘기를 했다. 차 감독은 “선수들과 따로 와서 그 선수들이 경기장에 온 걸 못 봤다”고 변명했다.
현재까지 13개 남녀 배구단 중 자진 신고한 선수가 나온 팀은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신치용 감독은 용기 있게 이를 한국배구연맹(KOVO)에 알렸다.
흥국생명을 맡은 지 6개월밖에 안 된 차 감독에게 애당초 이것까진 바라지 않았다. 다만, 사태가 벌어진 후 진정성 있는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했다. 신춘삼 KEPCO 감독은 KEPCO 선수들의 경기조작 파문이 번진 8일 “죄송합니다”라며 허리 숙여 국민에게 사과한 뒤 팀 사정을 자세히 얘기했다. 이번 경기조작 사태는 숨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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