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5기 단체장 출범 이후 경남도 산하 20여 개 출자 출연기관 대표 얼굴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그동안 산하 기관장 교체에 많은 힘을 쏟았다. 감사도 동원했다. 그 결과 ‘임기’를 내세워 버티던 기관장 대부분이 물러났다. 교체율 90%는 전에 없이 높은 것이다.
○ 대부분 수장 바꿔
김 지사는 취임 직후 “출자 출연기관장이나 정무직은 도지사와 진퇴를 함께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을 폈다. 법적으로 임기가 명시된 기관을 제외하고는 기관장 임기도 2년으로 조정했다. 자기 색깔을 입히거나 측근을 심기 위한 계산이었지만 전임 김태호 도지사가 임명했던 기관장들 반발로 진통도 컸다. 현재 24개 출자 출연기관 및 도비 보조기관 대표 자리엔 대부분 새 사람이 앉았다.
출자 출연기관 가운데 사업규모가 큰 경남개발공사는 전임 사장이 강력하게 저항하다 지난해 가을 물러났다. 빈자리는 경남과 연고가 없는 김은종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남북협력사업 자문위원이 채웠다. 개발공사 이사도 교체됐다.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 인제대 교수가 맡았던 경남문화재단 대표 자리는 김두관 도지사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전정효 전 창원MBC 경영국장이 메웠다.
경남발전연구원과 경남테크노파크, 경남신용보증재단, 람사르환경재단 등도 대표가 교체됐다. 16개 법정 출자출연기관 가운데 대표가 바뀌지 않은 곳은 경남무역(사장 김일군)과 창원시장이 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창원경륜공단(이사장 강원규) 등이다. 또 경남도민프로축구단과 도립남해대 등 8개 도비 보조기관 가운데는 도립거창대 이병호 총장과 경남체육회 권영민 상근부회장만 그대로 근무 중이다.
○ “할 일 남았다” 사퇴 거부
경남도는 지난해 봄부터 도립거창대 이 총장을 압박했다. 최근에는 경남도 고위 관계자가 “2년간 근무했으니 이제 나가 달라”며 김 지사 뜻을 전했으나 이 총장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역량강화사업 4년 연속 선정, 2년 연속 전문대 대표브랜드사업 선정 등을 실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남도 기획실장을 지낸 이 총장은 2010년 3월 임용 당시 “박사학위가 없고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총장은 임기 4년을 채운 뒤 2014년 고향인 하동에서 군수 선거전에 나서고 싶어 한다는 소문이 많다.
임기를 6개월 남겨 둔 경남무역 김 사장에 대한 사퇴 압력은 비교적 약한 편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남무역은 규모가 작고 대표자 전문성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농협경남본부장과 중앙회 기획실장, 한삼인 대표 등을 지냈다. 체육회 권 부회장도 김태호 전 지사가 임명했지만 전문성 때문에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심규환 의원은 “출자 출연기관은 특정 도지사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아니므로 각 기관의 고유 목적과 기능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며 “임기를 일률적으로 조정한 뒤 대표를 강제 교체하는 것은 ‘자리 만들기용’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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