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신축하기로 한 호남고속철도(KTX) 정읍역사와 지하차도를 예산 절감과 이용객 저조 등을 이유로 백지화하려 하자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정읍시는 KTX역 신설을 고창 순창 등 인근 시군을 아우르는 교통 중심지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으려는 데 반해 철도시설공단 측은 당장 이용객이 많지 않을 것이고 시민의 불편이 예상된다며 단계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정읍시는 물론이고 전북도 지방의회와 상공회의소 등이 나서 당초 안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고 사전에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지역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철도공단과 정읍시의 이견으로 촉발한 ‘KTX 정읍역사 신설’ 논란은 정읍지역 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총선 예비후보 간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 KTX 역사 신설 지역발전 계기로
철도시설공단은 2009년 호남선 KTX 개통(2014년)에 맞춰 521억 원을 들여 정읍 선상역사(線上驛舍)를 신축하고, 지하차도 개설에 129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역사 신축비는 국비와 공단이 50%씩 부담하고 지하차도는 공단 83억 원, 정읍시 48억 원을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정읍시는 120억 원을 투입하고 역세권 개발계획을 마련해 인근 지중화 사업, 도로 확장 및 포장 공사, 역과 연계한 환승 편의를 위해 공용버스터미널 신축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은 최근 신축 대신 현 역사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김광재 공단 이사장은 2일 김생기 정읍시장과 시민대표 등을 만나 이용객 불편, 역사 이용 저조, 신축에 따른 도심 교통 불편, 역 광장 이용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신축 대신 현 역사 활용 방침을 전했다. 그는 “역사를 신축하게 되면 호남선 KTX 개통시한인 2014년까지 못 맞출 수도 있다”며 “국가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이용객 편의를 위해 기존 역사를 이용하면서 단계적으로 역사와 지하차도 공사를 하자”고 제의했다. 철도시설공단은 4월까지 역사 규모를 조정하고 연말까지 보완 설계를 거쳐 계획을 변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지역 주민 반발 한목소리
신축 계획이 백지화할 처지에 놓이자 정읍은 물론이고 전북권 전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읍시는 “서해안 7개 시군의 교통 중심지로 2014년 KTX 개통 후 집중될 관광객의 편의와 광역교통체계 확립을 위해 새 역사와 지하차도 개설이 꼭 필요하다”며 원안 추진을 촉구했다. 시는 국토해양부로부터 원안 추진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고 민간 차원의 범시민대책위원회도 발족해 서명운동에 나섰다. 투쟁기금을 마련하고 공단과 국토부를 압박하기 위해 시민 릴레이 항의방문을 펼치기로 했다. 아울러 사업 재검토 가능성이 거론되는 공주역 등 해당 지자체와의 연대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도 나서 국토부의 원안 추진 의지를 추궁하고 민주당도 원안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전북도의회, 전북 시군의장단협회의,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는 16일 “사업 재검토나 축소는 전북도와 호남에 대한 차별이자 국토균형발전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사업 원안 추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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