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라이벌 애플 웹브라우저 방문기록 빼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사파리에 특수프로그램 설치… 이용자 정보 추적하고 수집
美의회, FTC에 조사 요구

구글이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설치된 웹 브라우저에서 사용자의 홈페이지 방문 정보를 몰래 수집해온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최근 구글의 개인정보 통합관리 방침 등을 둘러싼 한국 내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보기술(IT)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의 웹 브라우저 ‘사파리’에 특수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용자의 홈페이지 방문 습관 등을 추적하고 수집해 왔다. 당초 애플은 사파리에서 방문기록 등을 제3자가 수집할 수 없도록 막아 놓았다. 하지만 구글은 일반 광고처럼 위장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파리에서 몰래 정보를 빼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 수집 방식도 교묘했다. 구글은 검색광고에 자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구글플러스’를 홍보하기 위한 ‘+1’(페이스북의 ‘좋아요’와 유사한 기능) 버튼을 넣었다. 사용자가 구글플러스에 로그인한 뒤 이 버튼을 사용하도록 동의하면 사용자 몰래 홈페이지 방문 기록까지 추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스마트폰이나 PC에 자동으로 설치되도록 했다.

[채널A 영상] 국내 스마트폰도 ‘고객님의 소중한 정보’ 맘대로 수집

구글은 미국의 방문자 수 톱 100위 사이트 중 23개에도 자사 추적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구글은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이 프로그램을 삭제한 뒤 “몰래 정보를 빼내지 않았고 이런 상황이 일어날지 예상하지도 못했다”며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팟 터치 등 웹브라우저 ‘사파리’를 기본으로 장착한 기기의 판매량은 1억5600만 대에 이른다.

사파리를 사용하는 애플 기기의 총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말 기준 3억1600만 대다. 미국 의회는 17일(현지 시간)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구글이 아이폰 이용자의 이용기록을 불법으로 추적한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의원들은 구글의 이번 행위가 지난해 FTC와 구글이 맺은 사생활 보호 협약을 위반한 것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구글은 더 정확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국내외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사생활 침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최근 구글의 새 개인정보 통합정책에 대한 국내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으며 대통령직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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