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제자에게 전문醫 문제 알려줘” 출제위원 2명 수사의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의사들 “부정 아닌 관행” 주장도


전문의 필기시험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대학교수들이 제자들에게 출제 예상문제를 미리 알려줬다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1일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출제위원에 대한 사법처리, 응시생들에 대한 자격박탈 등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부산 D대 의대 외과 교수 2명은 외과 전문의 시험 출제위원으로 선정돼 경기 양평 합숙소에 입소하기 전, 제자 1명을 불러 “여기를 열심히 공부하라”며 ‘핵심 포인트’를 짚어줬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 제자는 다른 3명과 정보를 공유했다. 그 결과 4명은 40점 만점의 주관식 시험에서 38.5∼39.5점을 받았다. 다른 응시자들의 평균 점수는 26.8점이었다. 전문의 필기시험은 객관식(120문항, 60점)과 주관식(20문항, 40점)으로 이뤄져 있으며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어야 통과된다.

이 사건은 지난해 시험결과가 나온 직후 채점위원들이 특정 대학 학생들이 고득점을 한 게 이상해 조사에 착수하면서 불거졌다. 두 교수 중 한 명이 사표를 내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 교수가 올해 복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사원에 투서가 접수됐다.

복지부도 16일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출제위원은 20명이며 두 교수는 주관식 20문제 중 4, 5문제에 관여한 것 같다. 다만 합숙소에 들어간 후에는 제자들과 접촉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수사결과에 따라 파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위법으로 판정되면 4명은 지난해 취득한 전문의 자격을 내놓아야 하며 앞으로 2년간 시험도 볼 수 없다. 의협은 “40여 년간 의협이 전문의 시험을 시행해오면서 사전에 문제가 유출된 일은 처음이다. 몹시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관행일 뿐이며 전문의 시험은 60점만 넘으면 되는 절대평가라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것. 전문의 A 씨는 “지방병원이나 기피 전공과의 경우 교수들이 매일 당직을 서는 제자가 안쓰러워 시험 직전에 문제를 찍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사들의 ‘태도’는 도덕적 해이로 비판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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