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이 지휘하고 北이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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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정명훈, 내달 파리서 北-佛 오케스트라 합동공연 지휘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사진)이 다음 달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정 감독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현대캐피탈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월 14일 파리 살 플레옐 극장(1900여 석)에서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합동 공연을 지휘한다”고 밝혔다. 라디오 프랑스 필은 그가 2000년부터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악단이다. 살 플레옐 극장은 라디오 프랑스 필과 파리 오케스트라가 상주하는 콘서트홀이다.

정 감독은 “남북 음악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연주회를 원했는데 정치적인 면이 얼어붙어서 그 뜻은 이루지 못했다. 다음 달 파리 공연은 북한과 프랑스 악단이 모이고 지휘자인 내가 한국인이므로 3국의 만남이다. 일단 같이 만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남북 음악가 교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19일 정 감독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조선민족음악연구소 관계자와 만나 파리 연주회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 9월 평양을 방문해 조선예술교류협회와 남북 음악 교류에 대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정 감독은 다음 달 초 3일 동안 북한을 방문해 오케스트라를 연습시킬 예정이다.

은하수관현악단 초청 비용은 라디오 프랑스 필이 부담한다. 은하수관현악단 70명과 라디오 프랑스 필 70명으로 140명의 오케스트라를 꾸려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할 계획이다. 정 감독은 “북한에 돈을 주고 억지로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돈 주는 건 애초부터 차단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다. 3월 공연에 대한 북한 측의 요구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이 함께 음악을 하다 보면 서로 더 친해지고 가까워질 수 있다. 정치적 문제는 금방 잊어버릴 수 있다. (음악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하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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