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유격훈련… 산악행군… “우리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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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서울 하나고 신입생들 병영서 오리엔테이션

21일부터 1박 2일간 경기 파주시의 한 부대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일환으로 병
영체험에 참가한 서울 은평구 하나고등학교 학생들이 군복을 입고 K-1전차에 탑승하
고 있다. 육군 1군단 제공
21일부터 1박 2일간 경기 파주시의 한 부대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일환으로 병 영체험에 참가한 서울 은평구 하나고등학교 학생들이 군복을 입고 K-1전차에 탑승하 고 있다. 육군 1군단 제공
하나금융그룹이 2010년 서울 은평구에 세운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인 하나고. 이 학교는 매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으로 병영체험을 실시한다. 올해 입학 예정자 205명도 21일부터 1박 2일간 경기 파주시의 한 부대를 찾았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정기적으로 군부대에서 실시하는 것은 하나고가 처음이다. 이 학교 선생님 6명도 신입생과 함께해 사제 간의 관계도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다.

○ 전투복 입으니 자신감 ‘쑥쑥’

“무릎 펴세요, 다리는 어깨 너비만큼 벌리고 허리는 뒤로, 상체는 앞으로. 로프는 너무 세게 잡지 말고.”(조교)

21일 1군단 특공연대 유격장. 가장 공포감을 느낀다는 14m 헬기 레펠 모형탑 위에는 아직 앳된 얼굴의교육생이 생명줄 하나에 의지한 채 하강 준비를 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입소 때만 해도 군복과 철모를 눌러쓴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지 웃음을 보였지만 체험이 시작되고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장난기 많던 중학생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조교의 “하강” 구령에도 좀처럼 뛰어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힘내.” “괜찮아. 괜찮아.” 모형탑 아래 동기들의 응원소리가 들려온다. 긴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평상심을 되찾는다. “준비됐어?”(조교) “네.”(교육생) “보고.” 조교의 구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번 교육생 하강 준비 완료” “하강”(조교) “하강”(교육생) 힘찬 구령 소리와 함께 몸을 허공에 내던진다. ‘ㄴ’자 형태를 유지한 채 순식간에 로프를 타고 착지 지점에 무사히 내리자 동기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이어진다. 이내 얼굴에는 두려움 대신 환한미소가 가득하다. 입학 예정자 이유환 군(15)은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지만 이제는 동기들과 함께라면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 ‘나’를 버리고 ‘우리’를 배운다

헬기 레펠을 간신히 끝내자 산악행군이 시작됐다. 인근 박달산을 돌아오는 3km 행군 코스. 비탈길과 산속을 걷기 시작하자 이내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바닥난 체력에 다리는 후들거리고 몸은 땀에 젖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힘들어하는 동기의 등을 밀어주며 한발 한발 내딛는다. 행군은 1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단 한 명의 낙오 없이 모두 행군을 마쳤다. 처음 접하는 병영체험이 어색할 법도 하지만 이제 서로를 챙겨주며 웃음도 잃지 않는다.

훈련이 끝나고 먹는 저녁 식사. 학생들은 불고기 무생채 배추김치가 전부지만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밥보다 더 맛있다고 한다. 밤에는 난생처음 불침번도 섰다. 다음 날 오전 6시 반 기상 나팔소리와 함께 1km 구보를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오전에는 자주포와 전차도 직접 타 보고 전투식량 시식도 하는 등 어느새 병영체험에 푹 빠졌다. 병영체험이 끝나자 교육생들에게 인내와 극기의 상징으로 수료증이 주어졌다. 부대에서 자기 자신을 이겨낸 학생들에게 벅찬 감동과 보람을 선사한 것이다.

박정진 연대장(육사 44기)은 “병영체험은 개인이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협동심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라며 “단체 생활 경험이 부족한 학생에게 이해와 배려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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