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강소 기업이 뛴다]한국음식 세계화 앞장서는 ㈜쿠드 신선설농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사장이 직접 주방 체험… 설렁탕에 현장의 맛을 담다
“고객감동은 현장서 나온다” 공장-식당-주방부터 챙겨
“책 속에서 뭔가 배워라” 5년째 직원들에 책 나눠줘

신선설농탕으로 유명한 ㈜쿠드의 오청 사장(왼쪽)이 20일 경기 부천시 중동 신선설농탕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요즘 한국 대표 한식브랜드를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신선설농탕으로 유명한 ㈜쿠드의 오청 사장(왼쪽)이 20일 경기 부천시 중동 신선설농탕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요즘 한국 대표 한식브랜드를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20일 오후 인천 부천시 원미구 중3동 신선빌딩 1층 신선설농탕. 이 회사 오청 사장(47)이 주방장이 내어주는 설렁탕을 쟁반에 옮겨 손님에게 가져다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설렁탕을 식탁에 조심스레 내려놓은 오 사장은 “손님 맛있게 드시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손님을 대하는 겸손이 그의 언행에서 풍겨 나왔다. 오 사장은 일주일에 2, 3회 직접 음식을 손님에게 가져다주는 일을 한다. 그가 입은 ‘홀복’에는 병아리 스티커가 붙어 있다. 늘 초보의 마음가짐으로 일하겠다는 다짐을 상징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무려 4일 동안 주방에서 일을 했다. 고객에게 드리는 음식에 ‘맛있는 한 그릇의 행복’이 담겨 있는지 확인하고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개선할 부분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날 신선빌딩 4층 그의 집무실 책상에는 ‘현장이 답이다’란 책이 놓여 있었다. 4일간 주방에서 힘들게 일한 사장의 모습을 직원들이 사진 촬영해 그에게 선물했다.

그는 주방과 공장, 식당 등 현장을 우선 챙긴다. 이곳에서부터 고객이 ‘감동하느냐 실망하느냐’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런 현장 중심의 경영은 신선설농탕이 부침이 심한 한국 외식 산업의 한복판에서 쓰러지지 않고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됐다. 그는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졸업 후 6개월 정도 직장생활을 했는데, 아버님이 갑자기 ‘네가 설렁탕 가게를 맡아 운영해 달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는 고민이 많았다. 아버지가 음식 장사를 하시면서 15년 동안 무려 21번 망하는 것을 지켜보며 늘 안타까워한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그는 1992년 5월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식당으로 출근했다. 당시 아버지는 장사가 잘되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기사식당을 접고 같은 자리에서 신선설농탕을 운영하고 있었다.

오 사장은 처음에 식당 직원은 물론이고 주방장, 심지어 아버지에게도 서러움을 당해야 했다.

“주인집 아들이 왔다고 직원들이 하나같이 반겨주지 않더군요. 아버님은 음식 기술도 안 가르쳐 주시고 책만 읽으셨어요.”

그는 이를 악물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주방 매뉴얼을 만들고 고객서비스 헌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4년 7월 설렁탕 포장 판매를 시작했다. 설렁탕에 적합한 포장재를 만들어 당시에 생각하지 못했던 한식을 포장 판매한 것.

“그릇도 안 가지고 온 손님이 음식을 달라고 주문할 때 비닐판매 하는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죠.”

1인분을 포장해도 식당에서 주는 양보다 넉넉하게 주고 밥과 김치를 빼고 포장을 하면 2인분 이상의 국물을 주니 인기가 좋았다.

그 뒤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1995년 3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자신의 첫 점포를 냈다. 그런데 어느 날 “당신이 만든 설렁탕이 어머니 집과 맛도 다르고 떨어지는 것 같다”는 손님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며칠 동안 고민한 오 사장은 “다수의 점포를 생각한다면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는 그때 주방에 들어갔다. 3개 월 동안 주방에서 근무하며 고기는 끓는 물에 어느 정도의 불의 세기로 정확히 몇 분 몇 초를 삶아야 하는지에 대한 식자재의 체계적인 조리방법을 완성했다. 그리고 식자재, 조리방법, 불을 세기, 화덕의 크기와 용량 등 음식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일치시켜 공급하는 공장을 짓는다. 탕과 고기, 김치가 똑같아 한결같은 맛을 내자 고객 불만도 사라졌다.

그의 경영철학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이 독서경영이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 책을 쓰잖아요. 당연히 그 속에 배울 것이 있고 우리 직원들도 배워야죠.”

그는 한 달에 30권의 책을 읽고 가장 감동 깊은 한 권의 책을 골라 자신이 직접 서문을 책 표지 뒤쪽에 써 직원에게 나줘 주고 독후감을 받는다.

2008년 1월부터 5년 3개월째 해오고 있다. 오 사장은 지금까지 50여 종의 1만1000권이 넘는 책을 구입했다. 처음에 싫어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책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6년째 주부 고객을 통해 암행어사식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장도 모르게 직영 점포를 방문해 고객만족 수준과 직원들의 서비스 등을 점검한다. 우수점포에는 푸짐한 포상금이 지급된다.

㈜쿠드를 이끌고 있는 오 사장은 신선설농탕과 한식전문점 ‘시화담’, 쇠고기 전문구이점 우소보소, 건강한정식집 ‘수련’을 운영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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