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길이 아니라 역사의 현장이라고 생각하면 걷는 의미가 다른 것 같아요.” 주부 이소정 씨(39·대구 서구 평리동)는 최근 아들 손을 잡고 대구 중구 서문로에 있는 경상감영공원과 대구중부경찰서를 둘러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보도블록과 경찰서 담장이 성벽 모양이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꼈다”며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대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데다 관광자원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이곳은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이 한창이다. 1895년 ‘대구부 경무서’가 설치된 중부경찰서 자리에는 역사안내판을 세웠고 성벽 담장에는 소나무를 심고 밤에는 은은한 불빛을 내는 조명을 설치해 색다른 도심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구 도심이 역사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구시는 옛 읍성길 재현을 중심으로 달성토성, 경상감영, 근대건축물 등을 연결하는 역사문화경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심에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활용해 대구의 역사성을 되살릴 계획이다. 대구 도심은 6·25전쟁 때 피해를 보지 않아 옛 건축물과 골목, 문화재 등이 잘 보존돼 있다. 국가 및 대구시 지정문화재 20점, 주요 근대문화유산 130여 점이 있다. 하지만 도심 공동화 등으로 지역 경제가 쇠퇴하면서 행정, 문화, 산업의 중심지라는 명성은 점차 흐릿해졌다.
대구시는 1단계 사업으로 2014년까지 74억 원을 들여 대구읍성 상징거리를 조성한다.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성곽 3개가 다시 들어서고 망경루도 복원할 예정이다.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이야기를 발굴해 거리 벽화 등의 방식으로 알리는 작업도 한다. 걸으면서 보는 재미와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대구읍성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 중이다. 6·25전쟁 때 이중섭 화가 등 유명 예술인들이 머물다 간 건축물도 복원할 예정이다. 관광자원화를 위한 도심 디자인이 최종 목표다.
경상도 관찰사 집무실이었던 경상감영을 원형 복원하고 달성토성 복원, 향촌동 근대문화특별지대 조성, 근대건축물 활용 같은 사업도 같이 추진한다. 조선시대 마지막 임금인 순종이 걸었던 태평로3가∼북성로∼동성로∼남성로를 정비해 역사기념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영대 대구시 도시디자인총괄본부장은 “이 사업은 대구 도심의 전통과 역사 흔적을 찾아 하나의 역사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앞으로 시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 대구를 상징하고 도심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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