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쌍둥이, 간호학과 졸업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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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받은 게 너무 많아… 이젠 베풀며 살게요”
23년전 길병원서 출생 인연… 가천대서 장학금 받고 취업도

이길여 가천대 총장(가운데)이 23일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네 쌍둥이 자매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황슬 설 솔 밀 씨. 가천대 제공
이길여 가천대 총장(가운데)이 23일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네 쌍둥이 자매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황슬 설 솔 밀 씨. 가천대 제공
가정형편이 어려워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무료로 수술을 받고 태어난 네 쌍둥이 자매가 이 대학에서 나란히 학사모를 썼다. 주인공은 올해 23세인 황슬 설 솔 밀 씨.

이들은 23일 오전 열린 가천대 간호학과 졸업식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앞서 슬과 밀 씨는 3년제인 경기 수원여대 간호학과를, 설과 솔 씨도 같은 3년제인 강원 강릉영동대 간호학과를 각각 졸업했다. 이후 2010년부터 가천대 길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지난해 4년제인 이 대학 간호학과(야간)에 편입해 학업을 병행했다.

이들이 태어난 것은 1989년 1월 11일. 출산 예정일을 3주가량 남겨 두고 인천의 친정을 찾은 이들의 어머니(58)는 양수가 갑자기 터져 길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고 제왕절개를 통해 네 쌍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당시 길병원 이사장이던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쌍둥이 아버지(58)가 강원 삼척시 탄광에서 일해 수술비 마련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병원비를 받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퇴원하는 이 부부에게 “네 쌍둥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대학에 들어가면 등록금을 주겠다”고까지 약속했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억2000여만 원을 지원했다. 네 쌍둥이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하자 길병원 간호사로 채용했다.

1989년 1월 태어난 병원에서 찍은 네 쌍둥이 모습. 동아일보 DB
1989년 1월 태어난 병원에서 찍은 네 쌍둥이 모습. 동아일보 DB
간호사가 된 네 쌍둥이의 부모가 경기 용인시에서 살고 있어 함께 거주할 집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자 이 총장은 병원 인근에 빌라 한 채를 마련해 주면서 이들이 모여 살도록 배려했다. 네 쌍둥이의 맏이인 슬 씨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학사모를 쓸 때까지 이 총장이 도움을 줘 감사하다”며 “환자를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 은혜를 갚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길병원 인공신장실과 신생아실 등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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