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삼성물산 직원들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이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이달 12일 이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차명재산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 직후 CJ 측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CJ 측은 23일 오후 이 회장의 비서실장인 김홍기 부사장 이름으로 ‘미행에 가담한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 중부경찰서에 냈다. 김 부사장은 고소장에서 “이 회장을 수행하며 사내외 업무를 보좌하는 과정에서 미행을 당해 업무에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소장을 제출하러 경찰서를 방문한 CJ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 미행 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를 갖고 있으며 이를 경찰에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CJ에 따르면 삼성물산 직원 김모 씨는 15일부터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이 회장의 집 주변을 맴돌면서 이 회장의 차량을 따라다녔다. 미행 사실을 눈치 챈 이 회장의 운전사가 그룹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CJ 측은 집 주변 CCTV를 통해 김 씨의 차량을 확인해 김 씨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CJ는 21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렌터카업체에서 김 씨가 운전 차량을 오피러스에서 그랜저로 바꾸는 장면을 포착해 미행을 입증할 증거로 촬영했다. 이어 미행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같은 날 오후 7시 반 이 회장의 집 부근에서 이 회장의 차를 따라 좁은 골목으로 접어든 김 씨의 차 앞을 CJ 직원 A 씨가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차에 치여 무릎을 다치자 경찰에 신고했다. CJ는 사건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김 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토대로 김 씨가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임을 알아냈다.
김 씨가 이 회장을 미행한 데 대해 CJ는 최근 이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기 때문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맹희 전 회장이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특별검사팀이 찾아낸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하자 위기감을 느낀 삼성이 이재현 회장이 부친의 소송을 돕고 있는지 확인하려 뒤를 캤다는 것이다.
CJ는 고소장 제출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며 “삼성은 왜 이런 일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는지 책임 있고 성의 있는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김 씨의 차량이 이 회장의 집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과 렌터카를 바꿔 타는 장면이 담긴 사진 및 동영상도 공개했다.
그러나 CJ는 정작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삼성물산’이나 ‘삼성그룹’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피고소인 이름에도 김 씨의 이름 대신 ‘성명 불상자 다수(여러 명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라고만 적었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까지는 미행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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