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학에 한의학을 가미하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충북 영동대 호텔조리학과 지명순 교수(44·사진)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체하지 않고 답한다.
외식조리학을 전공(세종대 박사)한 그가 이런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최근 대전대 학위수여식에서 전문 음식 연구가로는 처음으로 한의학 박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송정보대 외식조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2007년 한의학 석사과정에 입학한 지 5년 만이다. 지 교수는 “‘약식동원(藥食同源·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의 전형적인 사례가 한국음식이라고 가르치면서도 그 원리를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지 반성이 들어 강의를 그만두고 한의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박사 논문은 ‘한국 시절식(時節食)의 한의학적 고찰’. 한국 시절식의 우수성을 물질과 영양, 칼로리로만 설명하지 않고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이유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해 주는지를 다루고 있다. 지 교수는 “소우주인 인간이 대우주인 자연의 변화에 따르는 것을 천인상응(天人相應)이라고 한다”며 “이는 식생활의 측면에서 보면 계절 음식, 즉 시절식을 먹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 음양오행의 동양철학을 바탕에 두고 ‘기(氣)’와 ‘미(味)’가 조화되도록 한 우리의 상차림 전통이 명맥을 잃었다는 점이다. “임금은 움직임이 많지 않아 몸에 종기가 많이 생긴다는 점을 감안해 수라상에는 염증과 열을 없애주는 홍반(紅飯·붉은 팥 물로 지은 밥)을 올렸어요. 백성들은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을 발산하기 위해 봄이면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부추 달래 무릇 등 5가지 매운 채소)를 즐겨 먹곤 했죠. 상차림 때 기와 미를 잊은 적이 없었죠.”
지 교수는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복어요리, 제과, 제빵, 칵테일 주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궁중 음식을 익혔다. 그것도 부족해 위생사, 한식 및 양식 조리산업기사 자격증까지 땄다. 1996년 ‘광주김치대축제’ 팔도김치 부문 최우수상 등 수상경력도 다채롭다. 현재는 대전과 청주KBS가 공동 제작하는 충청권 네트워크 ‘맛있는 동의보감’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의학을 바탕으로 한 약선요리책인 ‘맛있는 동의보감’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올해 한식세계화 연구 사업의 하나로 동의보감 한식 식재료의 치유적 기능에 관한 국문 및 영문 책자를 발간할 계획인 지 교수는 “일반인이 맛있고도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널리 보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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