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입원’ 30대 〉 60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 2010년 의료급여 통계분석
국가가 진료비 대부분 부담… “외래 진료비 내느니 입원” 젊은층 ‘의료 쇼핑’ 더 심각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진료를 받는 이른바 ‘의료쇼핑’은 65세 이상 노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다. 외래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라면 노인은 1500원만 낸다. 병원 문턱이 낮으니 쇼핑하듯 병원에 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26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2010년 의료급여 통계를 분석한 결과는 좀 달랐다. 30∼50대 의료급여 환자들이 60대 이상 노인보다 병원을 더 많이 이용했고, 입원기간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급여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희귀난치성·만성 질환이 있는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에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로 2010년 기준 167만여 명이 대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국가가 진료비 전액 또는 대부분을 부담한다.

분석 결과 건강보험에 가입한 65세 미만 환자들은 연평균 12.9일을 입원했지만 의료급여 환자들은 82.8일을 입원했다.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 기간이 6배 정도로 긴 셈. 반면 외래환자는 건강보험이 연평균 15.1일, 의료급여가 21.2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유독 의료급여 환자들이 길게 입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입원 의료쇼핑은 30∼50대에서 두드러졌다. 의료급여 입원환자 중 10대 이하는 연평균 16.1일을, 20대는 48.5일을 입원했다. 그러나 30대는 88.7일, 40대는 98일, 50대는 105.6일을 입원했다. 65세 이상의 69.4일보다 모두 길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허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급여 1종 환자의 경우 입원하면 국가가 전액을 내주지만 외래진료를 받으면 1000∼2000원을 본인이 내야 한다. 의료급여 2종 환자는 입원비의 10%를 본인이 내지만 6개월마다 60만 원이 넘는 금액은 국가가 되돌려준다. 오래 입원하더라도 매달 10만 원 이상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병원도 환자를 오래 입원시킬수록 국가에서 더 많은 진료비를 받으니 이득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이런 점 때문에 30∼50대 의료급여 환자들이 조금만 아파도 입원부터 하고, 퇴원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의료급여 환자들이 2010년 입원으로 쓴 진료비 2조5092억 원의 99%인 2조4860억 원을 국가가 부담했다. 이 중 65세가 되지 않은 ‘젊은’ 환자 1인당 연평균 입원일수는 82.8일이었지만 진료비는 연평균 7만5000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입원이 거의 무료였던 셈이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연구실장은 “의료급여 환자 중엔 중증도가 높은 환자가 많아 입원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도덕적 해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료급여 1종 기초생활수급자의 연평균 입원일수는 96.2일로, 차상위계층 희귀난치성 질환자(16.9일), 사회복지시설 거주 환자(63.4일)보다 훨씬 길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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