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의 초등학교 H 교사는 담임을 맡은 6학년 남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수학여행에 가서 포르노에 나오는 성행위 장면을 재현하며 놀았다는 얘기를 반 학생을 통해 들었다. 관련 학생들에게 진술서를 받아 확인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남학생 두 명이 각각 남자와 여자 역할을 맡아 포르노물에 나오는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 신음까지 따라하는 모습을 같은 반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놀았다는 것.
H 교사는 “일부 남학생들은 수업 때 자신들만 아는 은어로 성적 표현을 하거나 신체 특정 부위를 이야기하면서 웃기도 한다”면서 “고학년 담임교사들은 절대로 짧은 치마를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 우리 아이는 아니야?…학부모 생각보다 심각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이 보급되면서 초등학생들이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일부 설문조사에서는 음란물을 접해본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이 전체의 10% 내외로 나타났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들은 “실제로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P 교사는 “1학년 때 음란물을 접하는 남학생도 많다”면서 “5학년 정도 되면 30%이상은 음란물을 지속적으로 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 남학생이 음란물에 중독되는 이유는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면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는 또래문화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대다수 학부모는 ‘우리 아이만큼은 절대 음란물을 보지 않는다’고 믿지만 정작 초등 남학생들은 친구와의 대화에 끼기 위해서라도 음란물을 본다는 것. 최근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그램 등으로 손쉽게 음란물을 공유할 수 있게 된 환경과 맞물려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서울지역의 초등학교 Y 교사는 “반마다 킬야동(야동킬러), 야매(야동매니아)로 불리는 학생이 주로 음란물을 공유한다”면서 “‘유명 연예인 음란 동영상’ 등이 화제가 되면 이미 내용을 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음란물 막기 쉽지 않아…적극적 성교육 필요”
일부 초등학생들의 음란채팅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오후 초등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채팅방에 초등학생의 아이디를 빌려 접속하자 총 100개의 대화방 중 대부분이 성적인 내용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었다. 8∼13세 초등생만 입장할 수 있는 채팅방이지만 ‘영통(영상통화)으로 놀 여자 구함’ ‘卨(학교 건물 모양과 비슷해 고등학생 놀이를 뜻함) 카톡으로 할 여자’처럼 스마트폰을 활용한 방이 적잖았다.
서울 강남지역의 중2 L 군은 “이름 설(卨)자가 들어간 대화방은 두 사람이 각각 고등학교 일진과 인형(얼굴이 예쁜 여자), 남교사와 여고생 역할 등을 맡아 대화하다가 교실 등에서 가상으로 성관계를 맺는 상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제로 이런 놀이를 하는 여학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여자 행세를 하며 대화하는 초등 남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최근 스마트폰 등이 보급되면서 학생들이 음란물을 내려받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만드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면서 “호기심에 휴대전화 카메라로 몸을 찍어 보내거나 영상통화로 서로의 몸을 보여주며 자위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많은 전문가와 교사는 초등생이 마음먹고 음란물을 보려고 할 경우 막을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집에서 컴퓨터를 쓰지 않더라도 자신이나 친구의 스마트폰으로도 음란물을 볼 수 있는 데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부모보다 컴퓨터를 더 잘하는 학생이 많아 성인물 차단프로그램을 깔아도 우회해버리기 때문.
서울지역의 초등학교 J 교사는 “학교생활이 모범적이고 내성적인 남학생이 음란물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면서 “엄마에 비해 성적인 부분을 잘 말해줄 수 있는 아빠가 음란물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됐다는 걸 알려주는 적극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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