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2세들 9120억대 상속재산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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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삼성家 2세들 9120억대 상속재산 소송전
장남 이맹희 씨 이어 차녀 이숙희 씨도 이건희 회장 상대 “1981억 달라”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에 이어 차녀 이숙희 씨도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잘못 분배된 상속재산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다. 두 소송은 하나로 합쳐져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창업주의 차명 재산을 둘러싼 장남과 3남 간의 분쟁이 다른 형제로 확산되면서 삼성가(家) 형제들은 소송가액 9100억 원대에 이르는 법정 다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9100억 원대로 불어난 상속 소송


서울중앙지법은 28일 “이숙희 씨가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27일 전자소송 형태로 1981억9462만 원대의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맹희 전 회장의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화우가 이번 소송도 대리한다. 이 창업주의 차녀인 이 씨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부인이다.

이 씨는 소장에서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정당한 상속분인 189분의 13에 맞게 주식을 넘겨 달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생명 주식 223만1873주와 삼성전자 주식 보통주 및 우선주 각 10주를, 삼성에버랜드에 삼성생명 주식 100주와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10년간 이익배당금 중 1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했다. 삼성생명 주식 223만여 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일부만 청구한 것이어서 청구액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가 상속재산 소송 규모는 이맹희 전 회장이 청구한 7100여억 원에 이 씨의 청구금액까지 더해 현재까지 약 9120억 원에 이르며, 앞으로 조(兆) 단위를 넘어설 수도 있다. 법원 측은 “두 소송의 내용이 비슷해 변론이 병합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 삼성가 2세 갈등으로 확산


삼성 측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1987년 이 창업주가 타계할 때 다 끝난 일이며, 개인 가족 간의 문제”라며 그룹 간 대결로 비치는 걸 경계했다. 이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씨가 고문으로 있는 한솔그룹 측도 “이미 끝난 일을 다시 제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이 고문은) 아버지가 일군 삼성을 이어 받아 이건희 회장이 오늘날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것에 대해 고마움을 갖고 있으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의견을 밝히지 않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다른 삼성가 2, 3세의 움직임에 따라 소송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창업주의 3남 5녀 가운데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유족, 이명희 회장,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순희, 이덕희 씨의 태도가 주목되는 것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다른 형제자매들과는 아직 접촉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연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이명희 회장이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실무진에게 소송 관련 내용 파악을 지시하는 등의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지난해 11월 선대 회장 24주기 추도식에 이 회장과 그의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이 불참한 것을 일종의 ‘항의’의 표시로 보고 소송 참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CJ그룹은 부인하고 있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의 배후에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현 씨가 회장으로 있는 CJ그룹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법조계 시각은 ▼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숙희 씨의 소송 참여 배경에 화우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화우가 이번 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고 여론전(戰)을 펴기 위해 그를 참여시켰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화우가 이 사건에 장시간 매달렸는데도 어렵게 되자 여론에 재벌가의 재산 싸움을 부각시켜 삼성의 적극적인 합의를 유도하려 한 것”이라며 “비판여론으로 삼성을 압박해 합의가 성사되면 1000억 원에 가까운 수임료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화우는 원고 측이 받는 금액의 30%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 이재현 CJ 회장이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계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세금까지 낸 적이 있었다”며 “CJ가 자신들의 차명계좌는 그대로 두고 삼성의 차명계좌만 문제 삼으면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맹희 전 회장이 재판에서 이기면 그 결과가 다른 상속인에게도 귀속돼 다른 형제들은 당장 소송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데 이숙희 씨가 나선 것도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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