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개정된 법이 3월 중순부터 발효되게 할 방침이다. 새로운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되는 4월에 학교들이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장은 법령 범위에서 학칙을 제정 및 개정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학생인권조례도 법령일 수 있다”며 “학칙인가권이 폐지된다고 해서 학교가 조례에 위반되는 학칙을 기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일 먼저 제정한 경기도교육청은 좀 더 강경한 태도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칙인가권이 폐지돼도 학교가 조례에 부합되는 학칙을 제정하도록 지도하겠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칙의 상위법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학생인권조례와 부합하지 않는 학칙을 제정하면 장학지도와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응하면 예산상의 조치를 취하거나 정원을 감축하는 등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1월부터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한 광주시교육청의 윤흥현 대변인은 “학칙 제정·개정은 학교 자율에 맡기되 최대한 학생인권조례를 반영하도록 지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응할 경우의 조치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윤 대변인은 “조례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시정권고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어 학칙이 학생인권조례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징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했다. ○ 학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학교들은 교과부와 교육청 사이에서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서울 A고 교장은 “학칙으로 두발을 규제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학교에 올 텐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 B중 교장은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학생들을 지도하기 힘들었는데 개정안이 통과돼 환영한다. 하지만 교육청은 여전히 조례가 중요하다고 하니 학교가 나서서 학칙을 개정하기 쉽지 않다. 학생들 반발도 있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학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고교생은 “이번 주가 개학인데, 학교에서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간섭할 수 없는 게 확실한 거냐. 만약 선생님이 단속을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사를 보니 학생인권조례가 무력화된다는데…”라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대표는 “학생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학교에 자율권을 주는 게 맞다. 교육감은 혼란을 조장할 게 아니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칙을 제정·개정할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학생인권조례 서명운동을 추진했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들은 “학교가 따를 이유가 사라져 사실상 조례는 힘을 잃었다. 헌법소원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