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부들 野당직 겸직 정치 참여 더는 못보겠다” 한노총 대의원대회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조합원들 대거 불참… 66년 사상 첫 정족수 미달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한국노총 6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정치 참여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대회 무산을 위해 대거 불참한 데 따른 것으로 민주통합당 참여에 대한 노총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28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총 컨벤션홀에서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집행되는 전체 사업계획 심의를 비롯해 정치참여 문제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이날 참석한 대의원은 272명으로 전체 정원(672명)의 과반수에 못 미쳤다.

한국노총 산하 27개 연맹 중 항운노련과 자동차노련, 택시노련 등 10개 연맹은 정치와 노동운동의 분리를 주장하며 불참을 결의했다. 이들은 야권 통합 참여를 결의한 지난해 한국노총 임시대의원대회 결정에 대해 “자격이 없는 대의원이 결의에 참여했다”며 서울남부지법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들 연맹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한국노총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노조 간부의 당직 겸임 문제다. 이용득 위원장이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겸하는 것을 비롯해 간부 6, 7명이 민주당에서 상근·비상근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한국노총식 정치 참여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 무산은 산하 연맹뿐 아니라 노총 집행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노총 간부는 “정치 참여의 정당성 논란뿐 아니라 이 위원장 개인에 대한 불만도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4년 전에는 한나라당과 정책 연대를 실시했던 사람이 이제는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라’고 강요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대회 무산으로 한국노총의 정치 참여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 산하 연맹 위원장은 “이 위원장이 민주당 최고위원을 겸임하는 지금 상황도 사실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대회가 열리더라도 쉽게 통과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김동만 상임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4·11총선기획단을 구성해 대의원대회 승인 후 공식 활동에 나서려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노총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총 역사상 첫 정기대의원대회 무산 사례”라며 “정치 참여의 절차적 정당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대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한 결과”라고 털어놨다. 한국노총은 3월 중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논의를 새로 시작할 방침이지만 반대편에 서 있는 산하 연맹은 임시 대회 역시 무산시킬 계획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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