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생태계 몸살 앓는 겨울낚시축제, 환경준칙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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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 환경부, 가이드라인 만들어 지자체 전달하기로

《 정부가 산천어, 빙어축제와 각종 얼음낚시 등 지방자치단체 행사를 관리할 ‘환경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환경부는 “많은 사람이 몰리는 지자체 축제나 행사를 환경친화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1, 2개월 내로 전문가들을 구성해 구체적인 세부 내용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지자체 행사에 대해 환경 지침서를 만들려는 이유는 최근 2, 3년 사이에 지역마다 낚시대회 등 생물을 포획하는 축제가 유행하면서 생태훼손 우려가 나온 탓이다. 》
지난달 7일부터 29일까지 강원 화천군에서 열린 산천어축제의 모습. 관광객들이 얼음낚시를 하고 있다. 이번 겨울 각종 지자체 낚시축제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환경이 훼손되고 생태계 균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달 7일부터 29일까지 강원 화천군에서 열린 산천어축제의 모습. 관광객들이 얼음낚시를 하고 있다. 이번 겨울 각종 지자체 낚시축제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환경이 훼손되고 생태계 균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DB
○ 낚시축제로 생태계가 몸살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번 겨울방학 기간(12월∼2월)에만 전국적으로 16개의 낚시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들에는 주말마다 가족 단위로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는 144만여 명이 다녀갔다. 인제 빙어축제에는 70만여 명, 평창 송어축제에는 43만여 명이 방문하는 등 강원 지역 주요 축제에만 400만 명 이상이 몰렸다.

수백만 명의 인파가 2개월을 넘지 않는 짧은 행사 기간에 몰리다 보니 여러 환경문제가 발생한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12일 두루미 등 희귀 겨울철새들의 월동지(越冬地)인 강원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토교저수지에서 대규모 얼음낚시대회가 열렸다. 대회 참가자들은 낚시를 위해 두께 40cm의 얼음을 깼다. 이 과정에서 최고 100dB(데시벨)의 소음이 일대로 퍼졌다. 이는 전방 150m 거리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소리와 유사하다.

산천어, 빙어축제장에서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에 열리는 인제 빙어축제의 경우 행사장 주변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오물이 소양호로 스며든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인제군 공무원 148명이 인제빙어축제장 내 일반쓰레기 6t, 재활용쓰레기 940kg을 수거했을 정도. 춘천환경운동연합 김선미 간사는 “지역축제가 끝나면 해당 지자체에서 쓰레기 처리 등 뒤처리를 하게 돼 있다”며 “감시활동을 해보니 쓰레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 특정 어종 다량 방류, 생태 피라미드 붕괴

대규모 쓰레기나 소음 못지않게 심각한 점은 축제를 위해 특정 어종이 다량 방류되면서 일대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낚시대회는 관광객을 끌기 위해 행사가 진행되는 하천에 다른 하천에서 잡은 산천어, 송어, 은어, 빙어 등을 방류한다. 수계(水系)에 특정 어종이 급증하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축제에 많이 쓰이는 산천어는 포식성이 강해 버들치, 열목어 등을 모두 잡아먹는다. 산천어가 없던 하천과 계곡에 지역축제로 다량의 산천어가 유입되면 하위 어종이 사라져 생태 피라미드가 붕괴된다.

외래종 유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올 1월에 열린 화천 산천어축제에서는 일본산 잡종 산천어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김병직 연구관은 “1970년대 이후 국내 하천에 댐이나 보가 많이 설치되면서 토종 산천어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며 “이후 일본에서 산천어를 들여오다 보니 국내 하천에 몸에 빨간 점이 있는 일본산 산천어 아종(亞種) ‘아마고’뿐만 아니라, 아마고와 국내 산천어의 잡종도 서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07년 국내 서식 외래종 추적 결과에서도 국내 하천에는 일본산 산천어인 야마메와 아마고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연구원은 “지자체들이 축제용 물고기 방류 시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지 못하게 보호막을 쳐놓고 행사가 끝난 후 물고기를 모두 회수한다”며 “하지만 이런 조치가 완벽할 순 없기 때문에 가급적 수계를 옮기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 가이드라인 잘 지키면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지’로 인증

환경부는 “멸종위기종 서식지나 습지 등 보호구역이 아니면 낚시축제 등 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행사로 인한 생태훼손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환경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리는 등 제재를 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제재 대신 생태와 환경을 잘 보전하는 축제와 관광지는 정부가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지’로 인증하는 등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환경부 백규석 자연보전국장은 “자연환경보전법을 개정해 내년 초 생태관광지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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