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라치’를 아시나요. 운전하다가 혹은 길을 걷다 고장 난 신호등을 발견해 120 다산콜센터로 신고하면 서울시가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최초 신고자는 1만 원의 모바일 백화점 상품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파라치’는 2008년 신호등 관리 책임이 경찰에서 시로 넘어오면서 도입됐습니다. 고장 난 신호등을 신속하게 수리하기 위해 낸 아이디어였습니다. 한 사람이 최고 20만 원까지 받습니다. 또 신호등을 손상시킨 사람을 신고하면 수리에 필요한 비용의 5%까지로 포상금이 커집니다.
2008년 이후 ‘신파라치’ 신고는 모두 6만5956건이었습니다. 이 중 최초 신고자에게 돌아간 포상금은 2억8637만 원입니다. 그러나 비용만큼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신고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확인해 고치는 경우가 전체 수리의 50%를 넘습니다. 상품권 안 준다고 신고 건수가 크게 줄어들까요? 운전자라면 상품권 지급 유무와 상관없이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당장 휴대전화로 신고하려는 게 상식일 겁니다. 대기업 슈퍼마켓 대신 서민 상권을 살리기 위해 전통시장 상품권 이용에 앞장서는 서울시가 특정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도 모양새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신파라치’는 선거범죄를 신고하는 ‘선파라치’나 심야수업 학원을 신고하는 ‘학파라치’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내부 고발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은밀하게 이뤄져 적발이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공개된 장소에 설치된 만큼 굳이 돈을 주며 신고를 받을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서울시민 누구나 공유하고, 모두가 혜택을 받는 신호등인데 신고자에게 금품을 제공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듭니다. 고장 난 신호등 신고에 상품권을 준다면 도로가 파손됐거나 수돗물이 안 나올 때 혹은 고장 난 가로등을 신고할 때도 나눠줘야 할까요? 범죄나 화재신고는 또 어떤가요. 시민의식을 갖고 신고한다면 모를까, 대가를 기대하고 하는 신고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박원순 시장이 강조하는 ‘시민공동체’를 고려한다면 상품권이 없어도 다수 시민을 위해 자발적으로 신고하자고 독려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시민이 낸 세금을 아끼는 길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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