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착공 이후]해군을 해적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고대녀’ 김지윤 통합진보 비례후보 “제주 해적기지 반대”
軍 “천안함 46용사도 해적이냐”… 해참총장 “법적 대응”

4일 ‘고대녀’로 유명한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 김지윤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인증 사진.
4일 ‘고대녀’로 유명한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 김지윤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인증 사진.
통합진보당의 한 비례대표 후보가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건설하는 제주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하자 해군이 공식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서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김지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28·여)는 최근 트위터에 ‘제주해적기지 건설 반대! 강정을 지킵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태블릿PC를 들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공개했다. 김 후보는 “제주해적기지 반대합니다.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지켜냅시다. 인증샷에 함께 동참해요”라는 글도 남겼다.

[채널A 영상] “천안함 전사자도 해적이란 말인가”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 출신인 김 후보는 2006년 고려대 병설 보건과학대학의 총학생회 투표권 인정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농성을 하다 출교된 뒤 소송을 거쳐 복학했다. 2008년 촛불시위 때 MBC ‘100분 토론’에 시민논객으로 출연해 패널들과 열띤 공방을 벌여 ‘고대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 후보의 발언을 접한 해군은 전 장병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윤희 해군참모총장(대장)은 김 후보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고받고 “어떻게 영해를 수호하는 해군 장병을 ‘해적’이라고 매도할 수 있느냐”며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대응을 비롯해 강력히 대응하라고 실무진에 지시했다.

최 총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아무리 정치적인 이유라고 해도 할 얘기와 하지 말아야 할 얘기가 있다”며 “작금의 상황에 나를 비롯한 모든 해군 장병과 가족들은 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비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 “해군이 해적이면 이순신장군은 해적두목이냐” 비난 쇄도 ▼

해군은 이날 발표한 입장자료를 통해 “김 후보의 주장은 단순히 제주해군기지의 건설 반대를 넘어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을 매도하고 장병들의 명예와 사기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문제”라며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을 촉구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영해를 수호하는 장병이 해적이면 그들의 부모형제와 천안함 46용사도 해적이냐”며 “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말이고,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김 후보의 글을 확인한 많은 시민과 누리꾼들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군을 ‘도적’에 비유하는 사람은 총선 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인터넷에는 “해군기지가 해적기지면, 거북선은 해적선이고, 이순신 장군은 해적 두목이냐?”(blueheart***) “해군을 해적이라 하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후보? 해적이 지키는 나라에서 국회의원은 왜 되려 하나”(VICT*****) 등의 비판 메시지가 쇄도했다.

‘아덴 만의 영웅’ 석해균 해군교육사령부 안보교관도 8일 해군교육사를 통해 “정치를 하고자 나선 사람이 영해를 수호하는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을 모독해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석 교관은 “해군이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 바다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되묻고 싶다”며 “이런 사람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들도 김 후보의 발언에 반감을 보였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성모 씨(23)는 “군대를 범죄집단으로 격하하는 비상식적 발언”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 4학년인 권모 씨(23)는 “젊은 감각으로 풍자 표현을 한 것 같은데 너무 심했다”며 “군인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려대 온라인 학생커뮤니티인 ‘고파스’에는 “앞으로 (김 후보를) ‘고대녀’가 아니라 ‘해적녀’라고 불러야 된다”며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도 7일 트위터에 “해군이 해적이면 육군은 산적인가. 천안함 유족 앞에서도 해적드립 할 수 있을지. 통진당은 돌덩이가 안보보다 중요한 듯하다”며 김 후보를 비판했다. 강 의원은 8일에는 “해군해병전우회 회원 123명을 대리해 고대녀와 통합진보당을 모욕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계에서 비난이 쇄도하자 김 후보는 8일 오후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국방부의 비판에 답하여’라는 제목으로 반박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평범한 사병들을 해적이라 한 적이 없다”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을 짓밟고 자연유산을 파괴하며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권과 해군 당국을 ‘해적’에 빗대어 비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 해양 지배를 하려 하는데, 제주해군기지가 미국의 이런 합법적 해적질을 돕게 된다는 점에서도 ‘해적기지’라 할 수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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