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내 딸이름과 같아…” 성폭행 합의금 ‘꿀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한동네 동명이인 딸 둔 40대男 가해자측서 5000만원 받아

7일 오후 5시경 광주지검 이모 검사(42)는 “박모 군(18) 등 성폭행 가해학생 4명의 부모가 피해학생 A 양(18)의 아버지를 만나 5000만 원을 건네고 합의를 했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앞서 전남 나주경찰서는 지난해 같은 학교 3학년 동급생 A 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박 군 등 4명을 구속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검사가 A 양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 여부를 물었으나 “아버지는 자신이 어릴 때 가출해 얼굴조차 모른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검찰은 박 군 부모가 B 양의 아버지(49)와 엉뚱한 합의를 한 것을 확인했다. B 양은 A 양과 동명이인으로 같은 지역에 살고 있었다. 다만 학교가 다르고 나이가 한 살 어렸다.

가짜 아버지와 합의를 한 사실을 뒤늦게 안 박 군 부모가 8일 B 양의 아버지에게 합의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나 B 양의 아버지가 건네받은 합의금 5000만 원 가운데 300여만 원을 이미 써 4600여만 원만 돌려받았다. 박 군 부모는 여기에다 300여만 원을 보태 5000만 원을 만든 뒤 A 양 측과 ‘진짜’ 합의를 했다.

검찰은 B 양의 아버지가 자신의 딸이 성폭행 피해학생이 아닌 것을 알면서 ‘이게 웬 떡이냐’는 식으로 피해학생의 부모 행세를 하며 합의금을 받았던 것으로 보고 조만간 사기 혐의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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