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1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에 사는 김모 씨(45·여)는 목욕탕에 갔다가 우연히 “11일 대기업슈퍼마켓(SSM)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듣고 갑작스레 롯데슈퍼 인후점에 들렀다. 그는 “집 근처에서 먹을 만큼만 한 번에 살 수 있어 SSM을 자주 찾는다”며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일부러 왔다”고 말했다. 이날 전주시내 SSM들은 김 씨처럼 첫 강제휴무 소식을 듣고 장을 보러 온 소비자들로 붐볐다. 롯데슈퍼에는 ‘오늘은 슈퍼데이, 내일은 정기 휴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은 정기 휴무”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다음 날 오전 11시 30분 전주시 덕진구 모래내시장에서 만난 전모 씨(40·여)는 집 근처 GS슈퍼마켓에 갔다가 허탕을 치는 바람에 시장에 갈치와 건어물을 사러 왔다. 그는 “재래시장을 살리려고 마트들이 문을 닫는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장도 고객 편의를 위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롯데슈퍼 인후점에는 오전 10시부터 30분가량 약 20명의 소비자가 왔다가 발길을 돌렸다.
11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주시내 SSM 18곳이 강제휴무를 실시하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들렸다. 홍보 부족으로 소비자들은 SSM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대형마트 6곳은 정상 영업을 하는 가운데 SSM만 하루 문을 닫았다. SSM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공포하는 것만으로 강제휴무가 가능하지만 면적이 3000m² 이상인 대규모 점포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르면 25일부터 전주시내 대형마트들도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마트보다 앞서 ‘매’를 맞게 된 SSM들은 첫 휴무 전날인 10일은 매출이 평소보다 5∼15% 늘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울상이었다. 전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토요일과 월요일에 쇼핑할 것을 유도했지만 홍보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10일 물량을 평소보다 10∼20% 늘렸던 GS슈퍼마켓 서곡점은 통상 오후 7시에 시작하던 딸기 ‘떨이 행사’를 오후 5시부터 시작하기도 했다. 유영기 롯데슈퍼 전주1지구장은 “일요일 휴무로 매출이 약 8% 줄어들면서 전주시내 5개 직영점에서 25명가량을 구조조정하게 생겼다”고 전했다.
SSM의 강제휴무에도 11일 재래시장은 추운 날씨만큼 한산했다. 여느 일요일처럼 상점 5곳 중 1곳은 문을 닫았다. 전주시내 모래내시장과 남부시장 등은 25일을 시작으로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에 할인행사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매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면서도 할인행사에 참여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모래내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한 상인은 “오이 하나를 700원에 떼어 와서 800원에 파는데 어떻게 더 싸게 파냐”고 말했다. 이불가게를 하는 한모 사장(49)은 “마트가 문을 닫고 재래시장이 할인을 해도 매출 증가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주차도 불편하고 길도 좁은데 누가 재래시장을 찾겠느냐”고 말했다.
심규문 전주시 지역경제과 유통업상생담당은 “소비자들이 깔끔한 환경에서 ‘원 스톱 쇼핑’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지만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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