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人生, 저문다 생각했는데… 철학이 ‘아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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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가톨릭대 무료 시민강좌
입소문 타고 호평 퍼져

경기 부천시 원미구 가톨릭대가 매주 금요일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를 찾은 중장년층 시민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가톨릭대는 7월까지 ‘삶의 성숙기, 행복을 위한 소통의 인문학’을 주제로 강좌를 운영한다. 가톨릭대 제공
경기 부천시 원미구 가톨릭대가 매주 금요일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를 찾은 중장년층 시민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가톨릭대는 7월까지 ‘삶의 성숙기, 행복을 위한 소통의 인문학’을 주제로 강좌를 운영한다. 가톨릭대 제공
“견우와 직녀 이야기에서 보듯 인간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면서 설화를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사고력으로 각종 사물과 사회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려는 노력이 바로 철학입니다.”

9일 오전 10시 경기 부천시 원미구 가톨릭대 기슨관 강의실.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시민 60여 명이 책상에 노트를 편 채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이 대학 철학과 신승환 교수가 ‘동과 서의 만남’을 주제로 진행하는 철학개론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것. 이들은 신 교수가 알기 쉽게 설명하는 철학 이야기에 고개를 연방 끄덕이며 강의 내용을 열심히 노트에 받아 적었다. 이날 강의를 들은 주부 조성자 씨(54)는 “자식 3명을 키우다 보니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별로 없었다”며 “이번 강좌를 수강하며 새로운 인생을 펼치는 계기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가톨릭대가 지난해부터 1, 2학기로 나눠 부천시민을 위해 무료로 운영하는 인문학 강좌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일부터 시작해 7월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에 열리는 이번 1학기 강좌는 ‘삶의 성숙기, 행복을 위한 소통의 인문학’이 주제다. 동서고금에 걸친 인문학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소통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기 위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마련했다. 강좌는 재학생들의 인성과 봉사교육 등을 전담하는 통합교양교육기관인 ELP(Ethical Leaders Path)학부가 진행한다.

강사진은 가톨릭대 교수는 물론이고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아버지’가 당선되면서 등단한 소설가 현기영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강의 주제도 동서양 철학부터 가족과 음식, 문학, 역사 등으로 광범위하다. 하지만 ‘영화에 나타난 동서양의 가족’ ‘신문기사로 본 사회상의 변화’ 등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로 강의를 이끌어 나간다.

보통 무료 강좌는 교재도 없이 강사의 일방적 강의만 듣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강좌는 강사들이 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교재를 준비하고, 개강일에 모두 나눠준다. 또 수강생들은 강의가 끝난 뒤 과제를 제출하고 강사의 평가를 받는다. 수강생들이 조를 편성해 시 한 편을 선정한 후 연상되는 그림을 그리는 등 강의 형식도 토론과 실습, 발표가 많다.

가끔 강의실을 벗어나 지역 문화를 탐방하기 위한 현장답사도 떠난다. 강좌가 끝나는 학기 말에는 기념 문집을 만들어 발표회를 열고 수강생들에게 나눠준다. 또 수료증과 기념품, 대학 도서관 이용권을 제공하며 우수 수강생에게는 장려금을 지급한다.

이처럼 탄탄한 교육과정이 소문나면서 지난해 강좌의 출석률이 90%를 넘을 정도다. 수강생의 연령도 40∼8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초등학교 졸업자는 물론이고 지난해 정년퇴직한 교장도 함께 수강하고 있다. 박영식 총장은 “미래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노년을 맞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중장년층이 많다”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세상과 소통하며 행복을 가꿔나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 강좌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02-2164-4937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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