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금 조달을 도와주고 ‘뒷돈’을 받아 챙긴 증권사 임직원과 회삿돈을 횡령한 기업대표 등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재호)는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유상증자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30억 원가량을 받은 한양증권 한모 이사(48)를 비롯해 골든브릿지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 임직원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공모(公募)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증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을 이용해 13개 기업에 자금 조달을 중개해주고 불법 수수료를 받았다. 또 차명계좌를 만든 뒤 자금 조달 회사와 마치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처럼 꾸며 돈을 입금받는 수법으로 수사기관의 추적도 피하려고 했다.
검찰은 이렇게 만든 회삿돈 200억 원을 횡령한 PW제네틱스 대표 김모 씨(52) 등 상장회사 임원 3명과, 증권사 직원이 뒷돈을 받고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인수하는 대가로 약 5억 원을 챙긴 수협중앙회 간부 1명도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증권사의 금융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자금조달을 알선하고 자문료를 받아 챙긴 일명 ‘금융부티크’ 운영자 4명도 적발해 불구속 기소했다. 금융부티크는 유상증자 알선 등을 해주는 미허가 금융회사로 현행법상 불법이다.
검찰이 여의도 증권가를 겨냥해 칼을 든 이유는 증권가의 도덕적 해이가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의 배임 횡령으로 인한 피해 추정액은 4072억 원으로 2010년 2817억 원보다 44.6% 늘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한 해 50∼70개 기업이 상장폐지됐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배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도 수사선에 오른 13개 기업 가운데 4개는 상장폐지됐고, 1개는 워크아웃이 결정됐다.
이번에 대표가 구속된 PW제네틱스도 2009년 상장폐지되면서 주식 1612만 주(약 117억 원)가 휴지조각이 됐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유망주로 알고 투자했다가 5000만 원대 손해를 봤다” “피 같은 돈을 갈취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글이 도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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