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와 프로배구가 20대 전주(錢主)와 브로커들에게 완전히 농락당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대구지검 강력부는 프로야구와 프로배구 경기를 조작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LG트윈스 김성현 선수(23)와 KEPCO45 김상기 선수(32) 등 11명을 구속기소하고 박현준 선수(26)등 16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상무 소속인 최귀동 선수(29) 등 4명은 군 검찰이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경기조작에 가담한 전현직 배구선수 16명(여자선수 2명 포함)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8경기, 김성현과 박현준 선수는 지난해 5경기를 조작해 브로커로부터 경기당 150만∼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 5000만 국민이 20대 몇 명에게 놀아난 꼴
프로스포츠 경기조작을 주도한 전주와 브로커는 총 8명. 이들의 평균연령은 29세였다. 이들은 경기당 2000만 원이 넘지 않는 돈으로 전현직 프로선수를 포섭해 지난해 715만 명(프로야구 680만 명, 프로배구 35만 명) 관중이 찾은 프로스포츠 경기를 조작했다. 특히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 경기조작은 전주 겸 브로커 강모 씨(29)와 대학야구선수 출신 브로커 김모 씨(26) 2명이 주도했다.
브로커들은 경기조작 정보로 불법 인터넷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1회당 최고 5000만 원을 베팅해 프로배구는 1.8∼2배, 프로야구는 1.2∼1.5배의 배당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브로커와 전주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조직폭력배 개입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박은석 대구지검 2차장 검사는 “프로스포츠 경기와 승부조작에 관한 정보수집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경기조작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책은 나왔지만 신뢰 회복은 미지수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문화체육관광부 브리핑 룸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스포츠환경조성 세부대책’을 발표했다. 문화부는 앞으로 프로스포츠 승부조작과 관련된 상벌규정 표준안을 만들기로 했다. 또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와 관련된 신고를 접수하는 ‘통합콜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문화부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발견 후 3일 이내에 차단하도록 포털사와 협의하기로 했다. 명백한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사이트는 즉시 임시차단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부가 대책까지 내놓았지만 경기조작 파문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LG트윈스 팬인 최장혁 씨(37·서울 동대문구 회기동)는 “팬들은 투수의 공 하나에 울고 웃는데 어떻게 볼넷을 쉽게 생각할 수 있느냐”며 “앞으로 야구를 보면 ‘조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기도 재밌게 즐길 수 없을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