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 마이크를 잡은 탈북자 A 씨는 이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근무했던 6개월 동안만 850여 구의 시체가 ‘불망산’(시체를 태우는 쇠로 만든 큰 화로)으로 갔다”며 “쇠솥 안에는 타다 남은 뼈가 늘 수북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2000년 6월부터 2001년 1월 초까지 함경북도 회령에 위치한 인민보안성 교화국 제12교화소(한국의 교도소)에서 사망한 수용자들의 ‘시체 처리’를 전담했다. 굶주림과 강제노역, 각종 전염병으로 하루 서너 명씩 사망하는 재소자들의 시신을 50구씩 트럭에 실어 교화소 뒤편 언덕으로 나르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그는 “재소자들은 굶주림에 지쳐 독풀이건 죽은 짐승이건 닥치는 대로 먹었고 오염된 물을 마시고 열병에 걸려 죽는 사람도 많았다”며 “쥐들이 부패하는 시신을 파먹어 시신 보관소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모습이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국가인권위는 이날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 1주년 보고회를 열었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북한이탈주민, 납북자가족, 이산가족 등 834명을 대상으로 모두 81건의 인권침해 사례를 접수했다. A 씨 등 탈북자 4명은 이날 보고회에 참석해 북한 교화소와 정치범수용소에서 겪은 참혹한 실상을 증언했다.
탈북 여성 B 씨는 2003년 탈북을 시도하다 중국에서 공안에게 붙잡혀 강제 북송됐다. 북한 보위부에 끌려간 B 씨는 “한 보위부 과장이 ‘넌 죽어야 중국으로 안 간다’며 주전자에 끓는 물을 받아 등에 들이붓고 난로에 꽂혀 있던 불쏘시개로 가슴을 지졌다”며 화상자국을 내보였다.
그는 보위부원들이 중국에서 아이를 임신해 온 여성들을 강제로 낙태시키는 모습도 직접 봤다고 했다. 보위부원들이 임신한 탈북 여성에게 ‘중국 종자를 받아왔다’고 욕하며 태아의 머리에 피부 소독제 ‘리바놀’을 주사했다는 것이다. 그는 “5, 6개월 된 아기들이 약을 맞아 산 채로 태어나면 신문지로 싸서 양동이에 담아 뒀다가 내다버렸다”며 “복도에 울리던 아이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지금도 악몽을 꾼다”고 했다.
탈북자 C 씨는 2000년 간첩 혐의를 받고 3년간 요덕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극심한 굶주림을 겪었다. C 씨는 “보위부원들이 옥수수떡 한 장을 상으로 걸고 수감자들끼리 싸우게 한 뒤 다투던 재소자들이 낭떠러지에서 굴러떨어지면 죽어가는 모습을 웃으며 구경하곤 했다”며 “굶주린 아버지는 아들의 밥을 빼앗아 먹었고, 인분에 버무려져 파종된 옥수수 종자를 물에 씻어 먹다 대장염에 걸려 죽은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북한 인권 관련 기록을 관리하고 이 문제를 국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를 설립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정치 이념을 떠나 보편적인 국제인권 규범에 따라 북한의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16일 유엔인권이사회 참석차 스위스로 출국해 각국 인권 대표자들에게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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