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서류상 존재하는 ‘유령 어선’이 한국 측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조업허가증을 불법으로 받아 되파는 신종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말 해경 특공대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불법 조업 중국 어선 선장도 거액을 주고 이렇게 팔리는 조업허가증을 매입해 조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허가증을 사느라 쓴 돈을 회수하기 위해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 불법 거래 한 달 새 8건 적발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은 이달 들어 우리 정부가 발급해준 EEZ 조업허가증을 중국에서 매매, 임대를 해 불법 조업을 한 중국 어선 8척을 붙잡았다고 15일 밝혔다.
관리단에 따르면 어업지도선 무궁화 31호는 13일 오후 3시경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남쪽 67km 해상에서 중국 어선 루룽위(魯榮漁) A, B호를 붙잡았다. 이 2척은 각각 176t급이며 함께 조업을 하는 쌍타망(雙拖網·쌍끌이 저인망)이었다.
루룽위 A, B호는 농식품부가 발행한 조업허가증 원본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박 길이나 폭 등이 조업허가증에 기재된 것과 달랐다. 조사 결과 이들 어선은 실제로는 루룽위 C, D호였다. 루룽위 C호 선장(31)은 “중국 현지에서 진짜 조업허가증을 샀지만 구입 경로나 가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무궁화 8호는 같은 날 오전 8시경 홍도 남서쪽 122km 해상에서 루창위(魯昌漁) A, B호를 붙잡았다. 145t급으로 쌍타망인 이 2척도 조업허가증을 사 불법 조업에 나섰다. 이 어선들은 허가를 받은 선박이름과 동일하게 위장했지만 선박재원까지 속일 수는 없었던 것. ○ 어선 5만척 허가증 발급 대기
중국에서 조업허가증 매매, 임대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위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10월 11차 한중어업공동위원회를 개최한 뒤 2개월 동안 발행한 조업허가증에는 홀로그램이 인쇄돼 있다. 또 EEZ 내에서 조업을 하다 조업일지 부실기재, 어획량 축소기재 등으로 적발되면 전과가 기록돼 조업허가증 신청자격이 박탈된다. 1년 기간 조업허가증은 해마다 기존 허가 어선에 우선 배정된다. 불법 조업으로 신청자격이 없어진 어선의 허가증은 대기하고 있는 중국 어선 5만 척에 배정된다.
이에 조업을 하지 않는 서류상 중국 어선 등이 로또라 불리는 조업허가증을 받게 되면 불법 조업 어선에 허가증을 팔게 된다. 허가증 임대 가격은 유자망 1800만 원, 쌍타망 3600만 원 수준이며 매매 가격은 훨씬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조업허가증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청호 경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불법 조업 중국 어선 선장(43·구속)도 ‘조업허가증을 돈을 주고 산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현지에서는 ‘조업허가증을 사면 권리를 인정받는다. 더 안심하고 조업을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조업허가증을 거액을 주고 구입한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은 투자금을 되찾기 위해 더 많은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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