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를 널리 알리기 위해 문을 연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스무 살을 맞았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직지가 인쇄된 흥덕사 터를 정비하면서 1992년 3월 17일 개관했다. 흥덕사는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금속활자를 직접 주조해 직지를 인쇄한 곳. 1985년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택지개발사업 도중 ‘서원부흥덕사(西原府興德寺)’라고 새겨진 금구(禁口)가 발견되면서 절터가 처음 확인됐다.
개관 이후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직지의 가치와 한국의 옛 인쇄문화를 알리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2001년 직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오르도록 했다. 2004년 ‘직지상(賞)’을 만들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격년마다 기록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고 있다. 국내외 기획전시, 학술회의,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독일 구텐베르크박물관 등 세계 각국의 인쇄박물관들과 자매결연을 하는 등 인쇄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고인쇄박물관은 2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1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박물관 20년의 발자취와 박병선 박사 추모전’을 연다. 박물관이 걸어온 20년의 활동과 변화과정을 파노라마로 만날 수 있다. ‘직지 대모(代母)’ 박병선 박사(1923∼2011)의 유족으로부터 프랑스 국립도서관 신분증 등 13종 22점의 유품을 기증받아 함께 전시한다. 박물관은 9월에 여는 ‘직지축제’와 연계한 국제학술회의와 ‘한국의 금속활자 특별전’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직지 ::
고려 우왕 3년(1377년) 백운화상이 청주의 흥덕사에서 발간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로 여러 선승의 법어 설법 등에서 선(禪)의 요체가 될 만한 내용을 간추려 엮었다.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전시회에 출품돼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됐으며 현재 하권 1권만이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 중이다.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찍은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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