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대책의 핵심 내용들이 일선 학교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개학 2주째를 맞아 동아일보 취재팀이 16일 서울 시내 중학교 3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복수담임제, 체육수업 확대 등 핵심 폭력대책은 겉돌고 있었다.
교육 당국은 지난달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중학교 2학년은 학급마다 2명의 담임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 A중학교 2학년 신모 군은 “복수담임 선생님을 교실에서 뵌 적이 없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의 B중학교 2학년 복모 군도 “담임선생님은 한 분밖에 모르겠다. 복수담임제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B중 교감은 “복수담임을 반마다 배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만 복수담임을 맡은 교사들이 업무가 많아 신경을 덜 쓰다 보니 학생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있으나마나 한 제도가 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를 인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 중학교의 80%가량이 복수담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교사 부족으로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당초 복수담임제 운영 현황을 점검해 지난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런 문제점 때문에 발표를 미뤄 비판을 받고 있다.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체육수업을 늘리겠다는 계획 또한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었다.
도봉구 C중 교감은 “수업 전후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지만 이미 학기가 시작됐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B중 교감도 “지시가 급하게 내려온 데다 교과부와 시교육청의 방침이 상반돼 일선 학교가 방향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이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A중 교장은 “(우리는) 이미 20명가량의 ‘문제학생’을 축구부로 편성해 방과후에 따로 체육활동을 시키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학교의 체육시간을 늘리겠다는 발상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이금천 사무처장은 “정부가 현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급하게 추진하면서 예상됐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B중 교감도 “학교폭력 대책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새로 계획을 짜고 공문을 만드느라 정작 아이들을 지도할 시간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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