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조승훈 씨(28·남)는 최근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가려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았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허리디스크 전문병원’이라고 입력하니 30개 가까이 되는 병원이름이 나왔다. 그는 “정부가 인증했다는 곳을 가려고 했는데 너도나도 전문병원이라고 하니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씨처럼 인터넷에 나온 정보만으로 보건복지부가 인증한 전문병원에 가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정부는 ‘척추질환’에 대해 전국 17곳을 전문병원으로 인증했는데 포털은 광고료를 받고 ‘허리디스크 전문병원’이라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터넷에 전문병원 명칭을 마음대로 붙여 광고하는 병원이 늘고 있어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관절 척추 대장항문 등 8개 질환,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등 9개 진료과를 대상으로 99개 전문병원을 지정하고 앞으로 3년간 이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들의 신청을 받아서 환자구성 비율, 의료장비, 전문 의료진 수 등을 평가해 뽑았다. 환자가 좋은 병원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다. 다른 병원들은 전문병원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정부가 인증하지 않았는데도 전문병원인 듯 환자를 현혹하는 의료기관이 적지 않았다.
포털에서 ‘관절전문병원’이라고 검색했을 때 맨 앞에 나오는 병원 10곳 중 7, 8곳은 정부의 평가와 관계없이 포털에 광고비를 지불한 곳이었다. 환자들이 전문병원이 아닌 곳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포털의 자동검색 기능 서비스도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데 일조한다. 검색창에 ‘전문병원’까지만 입력하면 포털서비스는 노인전문병원, 코골이전문병원, 비염전문병원, 하지정맥전문병원, 비만전문병원, 치과교정전문병원 등 10여 개의 단어를 자동 추천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들이 착각하지 않도록 키워드 검색을 할 때 배열에 신경을 써달라고 포털사이트에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시정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 인터넷 의료광고는 법 개정에 따라 9월부터 심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간판이나 신문, 방송광고의 표현만 규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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