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대구 중구 봉산동 봉산문화회관 1층 가온홀. 400여 석 중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원래 연극과 뮤지컬이 열리는 정통 공연장이지만 이날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 주인공이었다. 공연명은 ‘나는 로봇이다’로 TV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따왔다. 막이 오르고 첫 번째로 등장한 로봇은 드럼 치는 ‘불카누스’. 키 110cm, 체중 110kg으로 드럼 연주에 적합한 긴 팔을 가졌다. 곧바로 객석에서 바로 ‘와∼’ 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불카누스는 작은 지휘자 로봇의 지휘에 맞춰 10여 분간 능숙한 솜씨로 드럼 연주를 선보였다. 관람객 김미연 씨(39)는 “로봇이 음악 공연하는 것을 보니 딱딱하기보다는 친숙한 느낌이 든다”며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로봇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24, 25일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린 로봇 공연은 4차례 모두 매진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로봇 9종이 출연해 자신의 장점을 살린 드럼연주와 오페라 공연,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12가지 얼굴 표정으로 오페라를 소화한 ‘아리’와 사람 크기로 팔 관절을 이용해 춤추며 노래한 ‘로보데스피안’은 관객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대형 실로폰과 드럼을 동시에 연주하며 흥을 돋우었던 ‘마리’와 ‘썬더’ 로봇은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번 공연은 로봇들이 저마다 가진 특징을 스토리와 연주로 풀어내는 오디션 형식으로 진행돼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공연 마지막에 최고 로봇을 뽑는 과정에는 관객 환호와 박수 소리를 인식하는 첨단 시스템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연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과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지능형로봇서비스산업지원사업으로 마련됐다. 이 사업은 2010년 7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지능형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 대구시와 인천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비롯해 ㈜솔루봇 ㈜로봇에버 코이안 등 관련 기업들이 참여해 추진하고 있다.
이번 로봇 공연은 시장성을 분석하기 위한 자리였다. 개발 로봇이 가진 기능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문화공연 분야 사업성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또 시민들과 같이 호흡하며 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공연 개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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